숭례문 부실공사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급기야 숭례문 부실공사 관련 조사에 참여했던 충북대학교 박원규교수가 교내 학과 사무실에서 자살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18일 오후, 충북대 목재종이과학과 박원규교수는 학내에서 전기줄을 이용,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경찰이 발견한 박씨의 노트에는 “너무 힘들다. 먼저 가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언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박 교수는 러시아산 목재 사용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숭례문 부실공사 관련 검증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전날 박 교수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숭례문 복원에 쓰인 나무가 최고급 금강송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준경묘(금강송) 채취가 아님이 유력한 것으로 2개, 5개는 판단 불가가 되겠습니다.” 나이테 검사를 해 본 결과, 기둥과 보 등 열아홉 곳 중 일곱 곳에서 추가 검증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의견이었다.

신응수 대목장이 금강송을 썼다고 보고한 목재들 중 7곳에서 의심스런 부분이 발견됐다고 밝힌 하루 뒤 ‘너무 힘들다’는 짧은 유서를 남기고 돌연이 세상을 떠난 충북대 박원규 교수는 국내 최고의 목재전문가다.

그는 숭례문 복원에 쓰인 일부 목재가 국내 최고급 '금강송'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준경묘에서 베어내고 남은 소나무 밑둥치와 숭례문 복구에서 새로 쓰인 대경목 부재의 시료를 채취해 비교 분석 하는 작업인데, 나이테 비교를 통해 동일 나무인지를 판별하여 결과를 밝힌 것이다.

방송 인터뷰에서 박 교수는 나이테 판별로 보아 금강송채취가 아닐 가능성을 밝혔다. 문화재청은 나이테 판별이 참고자료일 뿐이며 더욱 확실한 증거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통해 확실해 진다고 했다. 그런데 죽은 소나무로는 DNA 검사가 어렵다고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이 소나무의 직경을 뚫어서 나이테를 분석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박 교수의 조사로 소나무의 진위여부가 가려진 셈이 된다.

러시아산으로 나무를 교체한 것이 확실하다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 신응수 대목장은 두 공사의 도편수로 준경묘 소나무를 벌채하고 다듬어 현장에 세운 책임자다.

금강송의 진실 확실히 밝혀야

전통 건축에서 기둥이나 들보처럼 주축을 이루는 큰 목재가 대경목(大梗木)이다. 강원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에 자리 잡은 준경묘는 조선 태조 이성계 5대조인 이양무가 묻힌 곳인데, 준경묘 주변 소나무는 최고의 목재로 이름이 높아 조선시대 국가 건축물에는 이곳의 소나무를 베어다 썼다고 한다.

문화재청은 준경묘 소나무의 역사적 이미지를 문화재 복원공사에 접목시키기 위해 대경목 20그루를 베어 광화문과 숭례문 기둥과 들보로 각 10그루씩 공급했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벌채한 삼척 소나무의 일부가 가짜라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신응수 대목장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지만 문화재청에서 7억 5천만 원을 받기로 한 관급 목재를 빼돌리고 값싼 러시아산 소나무로 바꿔치기했다는 더러운 의혹이다.

박 교수의 조사 결과로 의혹이 더욱 짙어진 숭례문의 기둥과 보에 러시아산 목재가 쓰였다면 숭례문을 다시 지어야 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며 분통터지는 일이다. 해서 제발 그런 일이 일어나질 않길 간절한 마음으로 빌 따름이다.

그런데 숭례문 부실공사를 조사하던 박원규 교수의 죽음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아까운 학자를 막다른 벼랑으로 떠민 숭례문 소나무의 어두운 진실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