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체육계가 경기단체의 잇따른 비위와 내홍으로 술렁이고 있다.

충북체육회가 이들 경기단체를 관리감독하고 있지만 제한된 권한으로 오히려 경기단체에 끌려 다니는 모양새다.

충북야구협회는 연초부터 내부 갈등이 심각하다.

지역의 일부 야구 관계자들이 전 전무이사 A씨의 전횡과 보조금 횡령 가능성을 제기하며 그의 영구제명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A씨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유능한 감독을 해고하고 영구제명까지 시키는가 하면, 그가 관여한 전국대회 경비 지출에도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협회에 전국대회 경비 정산 자료 공개를 요청하는 한편 A씨에 대한 영구제명 서명 운동을 준비 중이다.

A씨는 "자신과 상관없는 억측"이라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충북체육회가 회계상 문제가 제기된 만큼 조만간 지도점검에 나설 계획이어서 결과에 따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충북카누연맹은 현직 임원 2명이 보조금 횡령으로 구속 기소되며 이미지를 실추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연맹 총무이사 B씨는 2009년 4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카누 경비정 구입, 바지선 설치 등의 명목으로 충북도에서 총 1억여원의 보조금을 받아 개인 빚을 갚거나 도박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전무이사 C씨는 B씨와 공모해 보조금을 횡령하고, 그 중 일부를 자신의 차량 구입비로 사용했다.

결국 지난해 7월 재판을 받은 B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C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풀려났다.

비슷한 시기 충북산악연맹도 소속 간부 2명이 보조금 횡령을 저질러 경찰에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2012∼2013년 충북 영동군에서 열린 도지사배 국제빙벽등반대회 보조금 2억5천만원 가운데 3천여만원을 애초 목적과 다르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일로 충북산악연맹은 올해 대회 개최를 포기하기도 했다.

충북씨름협회에서는 회장 자리를 두고 패가 갈려 법정 싸움이 벌어졌다.

이 협회는 지난해 12월 7일 대의원총회를 열어 이후근 전 청주시씨름협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1표차로 패배한 임웅기 전 회장과 일부 대의원이 회장 선거 과정에서 자격이 없는 대의원이 선거에 참여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청주지법 민사합의12부(김재형 부장판사)가 "총회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며 임웅기 전 회장 측의 손을 들어주자 양측의 갈등은 더욱 첨예해졌다.

현재 이 현 회장 측이 항소하며 제2의 법정다툼을 예고한 상태다.

이처럼 많은 경기단체가 크고 작은 잡음에 시달리자 체육계 내부에서도 관리감독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충북체육회 산하에는 총 50개의 종목별 경기단체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체육회에는 이들 경기단체에 대한 감사권이나 징계권이 없어 일상적인 지도점검 수준을 넘은 관리감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경기단체는 체육회가 운영 문제를 지적해도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다.

홍승원 충북체육회 사무처장은 "체육회가 경기단체에 대한 실질적인 감사권한이 없다 보니 문제점을 파악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중앙 차원에서의 관련 규정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포츠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추진 방안'을 마련하고 시·도 경기단체의 감독 강화를 위해 상급단체에 감사권 및 징계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