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영웅 시저는 50대 나이에 클레오파트라를 만났다. 당시 클레오파트라의 나이는 일설에 18세였다고 한다. 병약한 남편에 흥미를 잃은 클레오파트라는 완숙한 중년 시저를 만나 자신이 유부녀인줄도 잊은 채 로마까지 따라와 동거까지 한다.

화가 피카소가 법학도인 프랑수와즈 질로를 만나서 첫눈에 반했던 나이가 62세. 연인은 21세의 나이였다. 40년 차이였지만 두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동거하며 두 명의 자녀까지 낳고 헤어진다. 두 번째 부인 클린 로크 역시 45년의 나이차로 20년간 피카소의 말년을 지키며 아내 역할을 했다.

당(唐) 현종은 50대 후반의 나이에 양귀비(양옥환)를 채녀(採女·궁녀간택 제도)로 궁중에 끌어들였다. 당시 양귀비는 현종 보다 30여년이나 어린 23세. 중국황실의 채녀나이 상한은 27세여서 23세인 양옥환은 조건을 갖추었던 셈이다. 황제들은 여자의 나이가 27세 이상이면 기(氣)를 잃는 다고 하여 황비라도 접촉을 꺼렸다고 한다. 이로 인해 중국 고대 황제들 가운데는 황비나 후궁들로부터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일까지 있었다.

가인(歌人) 송강 정철의 연인은 18세 평양기생 연옥이었다. 50대였던 송강과 연옥은 32세의 나이차를 잊고 한동안 로망스를 즐겼다. 처음 연옥의 유명세를 알고 그녀를 혼내주려 평양을 찾은 송강은 연옥을 만나자 마자 그녀의 시가(詩歌)와 재능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는 설화가 내려온다.

조선 세조 때 문사 홍유손(洪裕孫)은 76세에 재혼, 99세까지 23년간을 행복하게 살았다. 당시 신부는 10대 후반이었으니 신랑과는 60세 나이차여서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사례라고 하겠다.

홍유손은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하자 벼슬을 포기하고 산속에 숨어살았다. 이 시대 뜻을 같이 하는 학자 남효온(南孝溫), 김시습(金時習), 김수온(金守溫) 등과 교유하였으며 절개 있는 선비라고 자처했다. 나이 90세에 아들을 얻었는데 이름을 지성(至成)이라고 지었다. 아들도 부친으로부터 학문을 배워 많이 후진들이 배출됐다고 하며 80까지 장수 했다고 한다.

조선 임금가운데 재위 기간이 가장 길었던 영조(英祖)는 상처를 한 후 66세에 51년이나 연하인 15세의 정순왕후를 후비로 맞았다. 영조는 자신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재혼을 거부했으나 신하들의 간곡한 권유에 등 떠밀려 새 장가를 가기로 결심 한 것이다.

영조는 후궁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사대부들은 환갑이 넘은 나이에 첩이 있는 경우는 재취를 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중신들은 “제왕이 종사(宗社)를 받드는 일은 백성들과는 달라야 하옵니다. 하늘에게 땅이 없으면 과연 하늘이라고 할 수 있겠나이까”라며 재혼을 권유했다고 한다.

그런데 영조는 비를 간택할 때 처녀의 나이 상한선을 18세로 고집했다. 그리고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친영의 예를 다하여 식은 총각처녀가 하는 법도를 따랐다고 한다. 젊은 부인을 얻은 탓인지 영조는 82세까지 장수를 누린다. 역대 임금 중 영조처럼 천수를 누린 임금은 없다.

요즈음 일부 재벌가 회장들이 나이 차이가 20년이 넘는 신부들을 얻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내와 사별한 K 생명 모회장은 환갑이던 지난해 대학교 교직원인40대 초반의 여성과 재혼했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 재혼한 남성 가운데 50대 이상은 35.6%, 2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황혼이혼이 증가하더니 황혼 재혼도 늘어나는 신풍속이다.

19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알랭은 ‘행복’을 논하면서 ‘인간은 의욕과 창조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의욕적인 삶은 필요하다. 노년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의 마지막 황금기이며 가능한 행복하게 살아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 우리 주변엔 반려를 먼저 보내고 자식들과의 재산상속문제나 체면 때문에 환과고독(鰥寡孤獨) 속에 사는 이들이 많다. 제2모작 인생을 위한 용감한 선택이 진정한 행복의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