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총리가 수개월간 준비…타부처와 관계없이 단행"

정홍원 국무총리가 8일 국무총리 비서실 및 국무조정실의 1급 고위직 공무원에 대해 예상밖으로 큰 폭의 경질 인사를 단행하면서 이러한 '물갈이 인사' 기조가 모든 부처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총리실은 오는 9일자로 낸 1급 인사에서 지난해 12월30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일괄사표를 제출한 1급 10명 가운데 절반인 5명을 경질했다.

이는 예상보다 큰 폭의 경질 인사라는 것이 전반적인 해석이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충격적이다. 모두들 인사와 관련해 아무 얘기도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애초 총리실 1급 10명 전원이 지난해 12월 30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일괄사표를 낸 것이 알려지자 '총리실발(發) 인사태풍설'이 관가를 휩쓸었다. 집권 2년차를 맞아 공직사회 전반의 물갈이를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지난 2일 "부처별로 1급 공무원에 대해 일괄사표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며 불을 지폈다.

공직사회의 동요가 확산하는 가운데 인사태풍설은 정 총리가 긴급하게 진화에 나서면서 잦아드는 듯했다.

정 총리가 주말인 지난 4일 관계장관회의를 소집, "최근 1급 공직자에 대한 일괄사표설로 일부 공직자의 동요가 있는 것으로 안다.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힌 것.

총리실 내부에서도 "현재 분위기로는 흐지부지돼서 한 두 사람 그만두는 통상적인 인사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실제 인사에서 '대폭 물갈이'가 이뤄지자 미풍으로 잦아드는 듯했던 '인사태풍설'은 다시 세력을 키워 관가를 강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개각설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상황에서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새해 국정운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고위직 대폭 물갈이 인사가 모든 부처에서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내각을 대표하는 부처라 할 수 있는 총리실의 인사는 다른 부처에도 '시그널'을 주는 것으로 해석돼왔던 점은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특히 총리실이 이번 인사에 대해 "그동안 업무수행 노력과 성과를 엄정하게 평가해 최대한 반영했다"고 밝힌 만큼, 다른 정부 부처도 그동안 미온적이라고 평가받은 분야의 고위직을 대상으로 대폭의 물갈이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이번 인사가 다른 부처로 번질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총리께서 몇개월 전부터 필요성을 느끼고 오랫동안 준비한 것 같다. 집권 2년차에 들어선 만큼 긴장감을 불어넣고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의미"라며 "다른 부처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서 인사를 하는 것이고 총리실은 다른 부처와 상관없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