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새해가 밝자 개인과 각 기관의 소망이 하늘로 모아졌다. 개인은 청원군 문의문화재단지 등 곳곳의 해맞이 명소에서 찬란하게 떠오르는 새 해를 반기며 저마다 건강과 재복, 사업 번창, 직장에서의 승진 등을 빌었고, 각 기관은 시무식과 신년인사회 등을 통해 심기일전의 발전을 다짐했다. 특히 오는 6.4지방선거에 출마할 예비후보군은 더욱 간절한 기도를 드리며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자가 홍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같은 갑오 원단에서 우리는 소원 성취를 추구하면서, 금년 6월4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관련, 충북도민들의 성찰(省察)과 자각의 시간 갖기를 제안한다. 그간 수차례 지방자치선거에서 도지사, 시장군수, 광역 및 기초의회의원을 뽑아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망했던 전철을 올 해 만큼은 다시 밟지 않기 위해 반성과 당찬 결심을 하자는 것이다. 교수신문도 2014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미망에서 돌아 나와 깨달음을 얻자’는 뜻의 ‘전미개오’(轉迷開悟)를 선택했다.

되돌아보면 충북도민(범위를 넓히면 국민)들은 조국 광복 이후 이념대결 시대, 반독재 투쟁의 시대, 산업화 시대, 민주화 시대를 거쳐 오면서 공직선거에서의 투표의 자유와 그 공정성을 최소한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공직 선거에서 좋은 후보를 선출하면 지방정부나 나라 살림이 잘 운영될 줄로 알았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선거후 단기간 내에 당선자들의 행태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기표한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는 말까지 하기 일쑤였다.

왜 그런가. 거짓으로 포장된 함량 미달의 후보자나 정당에 속아 표를 주었거나 유권자가 인물과 정당을 제대로 보지 않고 혈연. 학연. 관연. 지연 등에 휩쓸려 한 표의 주권을 행사한 인과응보의 산물이다. 정치를 좀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우리 국민 수준은 높은데 정치인 수준은 낮아 기대 이하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개탄하기 일쑤이다. 과연 그런가. 일부분 맞는 말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동의할 수 없는 말이다. 왜냐면, 우리나라의 정치수준은 우리 유권자 수준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현명한 유권자의 선택 없이 어찌 바른 인물이 뽑혀 역동적인 국정과 지방자치가 꽃피울 수 있겠는가를...

6.4지방선거 시 주인노릇 제대로 하자

그렇다면 충북 유권자들은 갑오년 지방선거를 어떤 결심과 자세로 치러야 할까. 여기에는 여러 주문사항을 거론할 수 있지만 가장 명심할 것은 ‘연고주의 노예근성 투표행태’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물은 별로인데 같은 공직 출신이라서, 혈연관계가 있어서, 같은 고향 출신이라서 한 표를 던져줬던 ‘묻지 마 투표’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던가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투표를 되풀이 한다면 정치와 행정의 잘못을 나무랄 자격도 없다. 연고주의에 함몰돼 투표권을 행사한 자는 새 정치. 행정을 말할 자격이 없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충북도민들은 각기 내 집안일을 맡길 사람을 뽑는다는 절실한 심정으로 지방선거에 임해주었으면 한다. 현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과 정당을 선택하라고 권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사람은 배척해야 할 것이다. 도지사, 시장, 군수 등 단체장 지망생 중 이미지 관리에 치중하면서 권세를 탐닉, 이 당 저 당 옮겨 다닌 ‘팔색조 철새들’은 훠이 훠이 내쫓아야 할 것이다. 주민들이 피땀 흘려 이룬 성과를 제 개인의 업적인양 포장하여 얼굴을 알리는 자들에게도 따끔한 맛을 보여주어야 한다. 현역 중 재도전하는 단체장 가운데 부하 기강확립에 실패한 사람은 다시 뽑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도의회 의원과 시군의회 의원 지망자 중 성추문자, 싸움꾼, 개인 이권 추종자, 자치단체장 경호병 같은 인물은 아예 지방의회에 발 못 붙이도록 해야 한다. 집행기관을 견제. 감시해야할 지방의회 의원이 단체장 호위무사 노릇이나 하고, 정책토론은 뒷전인 채 정당의 입김을 받아 의회에서 사사건건 싸움닭 노릇을 하는 사람도 건전한 지방의회상 정립을 위해 청소되어야 할 것이다. 충북 유권자들은 올해 마음을 다잡고 이런 일을 해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지역이 살고 지방자치가 알차게 결실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