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순 대표기자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의미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유일한 박사다. 그는 평소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 온 사업가다. 1971년 세상을 떠난 그는 어린 손녀 학자금 1만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유한양행 전 재산을 모두 교육사업에 기부한다는 유서를 남겨 세인을 감동시켰다. 평소 ’키워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게 그의 기업철학이자 신조다.

충북에서 기업인으로 2002년 한국종합건설 김경배 사장이 사재 48억원을 출연해 한건복지재단을, 2011년 동원건설 송승헌 회장이 30억원을 들여 백송복지재단을, 2006년 지엔텍 정봉규 회장이 모교인 대성고에 30억원을 쾌척, 장학회를 설립,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 오고 있다.

이번 새해벽두에 전해진 재단법인 우민재단 출범 소식은 각박한 세태에 단비같은 소식이다. 재단 규모도 충북에서 가장 크지만, 기업의 CEO가 자신이 말한 사회환원 약속을 3년만에 ‘통 큰 나눔’으로 실천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발기인 총회를 한 우민재단(이사장 장덕수 중부매일 회장)은 복지사업, 장학사업, 문화예술사업 등 기부문화 정착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출범한 재단이다. 이 재단은 장덕수 이사장(54)이 개인 사재로 출연한 우민타워를 포함한 부동산과 현금 등 170억여원(롯데칠성 25억원)의 재산으로 출범했다.

장 이사장은 충주 출신으로 평범한 가정에서 2남 3녀 중 장남으로 자랐다. 충북대 재학 시절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자취를 했다. 그는 젊고 패기가 넘치는 사업 귀재다. 잘 생긴 외모에 성격 또한 활발해 사업수완이 남달랐다. 그는 맥주 회사 세일즈맨 출신으로 맨주먹으로 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젊은 CEO다. 그는 조선맥주 사원으로 주류업종에 입문한 뒤 과장을 끝으로 사업을 시작해 주류도매상을 거쳐 충북소주 사장을 지냈다.

2005년 충북의 대표적인 향토기업 충북소주. 장덕수 대표이사가 인수하기 전까지는 그저 그런 회사였다. 직원들은 패배주의에 사로 잡혀 있었고 매출도 시원치 않았다. 충북소주의 새로운 도약에는 장 대표의 ‘감성경영’이 촉매제가 되었다. 직원들의 닫힌 마음을 열기 위해 스킨십을 자주했다. 분기별로 등산을 같이 하고, 프로야구를 관람하는 등 서로를 알아가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이런 노력은 곧장 매출증가로 이어졌고, 높았던 이직률을 거의 제로로 만드는 신비한 마력을 발휘했다. 인수 6년만에 매출을 3배 이상 끌어 올린 회사가 됐다. 물론 충북 도민들의 ‘충북소주’ 팔아주기 애향심도 한 몫을 했다.

매년 사랑의 연탄나누기, 사랑의 점심나누기 등 다양한 지역 봉사 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장덕수 리더십’이 돋보였다. 특히 그는 소외된 직원이나 이웃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충북선 '기념비적인 사건' 낭보… '먹튀' 논란 잠재워

하지만 장 대표는 충북소주의 시장점유율 하락과 건강상 이유 등으로 경영권을 롯데주류에 2011년 3월 중순 매각했다. 당시 지역주민들은 충북소주 ‘자도주’가 대기업에 넘어간데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한 때 ‘먹튀’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이 충북소주를 매각할 당시 약속한 150억원 사회환원 약속을 지킴으로써 ‘먹튀’에서 자유롭게 됐다.

그는 3년전 충북소주 사장을 그만두고도 계약직 사원을 포함해 충북소주 전직원 120명에게 1인당 100만원씩 1억2000만원을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해 4월부터 충북대총동문회장을 맡으면서 9월24일 대학발전기금 1억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중국 속담에 부자는 돈이 많은 자가 아니라 베푸는 자라고 했다. 돈을 버는 건 기술이고 쓰는 건 예술이라고 했다. 우민재단 출범 소식은 충북사회에선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낭보임에 틀림없다. 이번에 자신의 약속을 3년만에 실천해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보여준 장덕수 이사장에게 격려와 함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환원에 앞장서는 사업가 나서 ‘제2의 우민재단’ 출범을 하길 다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