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서는 날개를 가진 천마(天馬)가 부활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해신(海神) 포세이돈이 창조했다는 페가소스가 그것이다. 포세이돈은 영웅 페르세우스가 괴물인 메두사를 죽이자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말(馬)에 날개를 단 천마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즉 악마를 천사로 부활시킨 것이다.

지난 73년 경주황남동 고분에서는 값진 신라 그림이 발굴됐다. 그것은 자작나무 껍질에 그려진 하늘을 날고 있는 아름다운 ‘천마’의 모습이었다. 왜 신라왕은 이런 그림을 그려 말 시신 옆에 장식한 것인가. 자신이 죽어 천마로 부활하려는 의지가 있어서였을까.

신라 회화가 한 점 없던 고고학계는 ‘천마도’ 하나로 흥분의 도가니에 빠지게 된다. 신라 귀족계급은 북방에서 이주한 기마민족설을 강하게 입증하였으며 이로부터 천마도가 발굴된 왕릉을 ‘천마총’으로 부르게 됐다.

고대 신라 사람들은 아주 가난한 집을 제외하곤 집집마다 말을 길렀던 것으로 보인다. 말이 없이는 전쟁터에 나가서도 보병으로 싸워야 했다. 말을 가진 장정은 전쟁에 나가면 기병(騎兵)이 된다.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장군들은 도독임명을 받고 현지로 부임할 때 3천명의 병력을 데리고 갔다고 기록되고 있다. 이들 호위 병력들은 대부분 사병으로 기병이 아니었나 싶다.

화랑도(花郞徒)들은 전쟁 시 최전방에 섰다. 이들은 기병이었기 때문에 적의 예봉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희생도 제일 컸다. 한강유역을 점령한 진흥왕이 순행하면서 외사(外寺)에서 수없이 죽어간 신라 젊은 화랑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팔관회를 열었다는 것은 이를 알려준다.

화랑도로 구성된 부대를 낭당(郎幢)으로 불렀다고 보는 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기병부대로 삼국통일 전쟁은 물론 전쟁 후 극렬히 저항하는 대 백제 복국군(復國軍)과의 전쟁에서도 큰 공훈을 발휘한다. 삼국사기 기록을 보면 낭당과 장창부대는 적과의 싸움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는 기사가 보인다.

유적을 조사하다보면 소위 ‘말무덤’이라고 불리는 고분이 있다. 말(馬)은 크다는 뜻도 있지만 이런 고분에서 부장품으로 마구류(馬具類)가 많이 출토되었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주인이 죽으면 말도 운명을 같이 한 것인지도 모른다. 일설에는 전사의 시신 옆에 애마를 죽여 같이 부장했다고 한다.

고구려 사람들은 말을 잘 탔다. 시조 주몽을 부여에서 탈출시킨 것도 말이다. 그는 금와왕(金蛙王) 아래서 성장하지만 장성하여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자 부여를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가장 훌륭한 준마를 일부러 먹이지 않고 마르게 하여 탄로 나지 않도록 했다. 주몽은 어머니 유화의 도움으로 이 말을 타고 우발수(압록강)로 도망쳐 나라를 세운다.

주몽은 주변의 여러 부족을 규합하여 국력을 키웠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말을 잘 타는 말갈(女眞)을 동족으로 받아들여 무장시킨 것이다. 고구려가 이후 가장 막강한 기병을 거느리게 된 것은 바로 말갈의 철기 무장이었던 것. 후에 고구려 기병은 5만~8만으로 불어났으며 동아시아 최강의 기병부대로 성장하는 것이다.

2014년은 청마(靑馬)의 해란다. 갑오년의 천간(甲)이 청색을 상징하기 때문에 푸른 말띠 해라는 것이다. 말은 행운과 성공, 충성심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역술인들은 청마(靑馬)띠가 60년마다 찾아오는 가장 좋은 해라고 풀이한다.

새해를 며칠 앞두고 지금 온통 나라가 철도노조 파업으로 혼란을 겪었다. 북한은 장성택 처형이후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하고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 안보전문가들은 내년 1~3월이 가장 위험한 시기로 전망하고 있다. 영토 분쟁 등 동북아에 전운이 깃들고 있는 현 상황에서 경제적 불황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을 더 암울에 빠지게 한다. 말띠해의 서장을 열면서 행운과 성공을 위한 국가적 담론과 컨센서스는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