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류라 자부하던 정당들이 쪽날 기세다. 또 하나의 새로운 당을 향해 언제 떠날지 모를 ‘적과의 동침’은 결코 허구 소설이 아니니 요즘 정국을 보면 바닥 그 아래다. 철새한테 배웠다고 하지만 그래도 조류에겐 ‘도래지’까지 걷어차고 박살낸 기록은 아직 없다.

해를 넘겨서 안될 산적한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사실상 정치의 패닉상태이다. 그런데 이른바 '로또 교육감' 선출을 막기 위해 국회가 구체적 논의에 들어갔다는 보도와 함께 후보예정자 반응 역시 아전인수다. 도대체 실질적으로 어느 천년 쯤 개정된 교육감 선거법을 받아들고 호랑이 굴속을 들어가게 될지 후보예정자 속은 바싹 탄다. 선거 날짜는 하루하루 코앞을 향하지만 아직 ‘연구 중, 검토 중’의 붙박이 국회 앞에 뭘 기대하랴. 진정 면밀하게 연구․검토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형식적 대답인지 어떤 나리도 믿을 구석이 없다.

교육감 선거법 개정 당위성은 공감하면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뒷짐지고 있는 건, 교육에 대한 무관심이나 권위주의적 구태란 지탄을 면키 어렵다. 도대체 출마 자격은 어떻게 달라지며 광역단체장의 러닝메이트로 묶어 선출할 것인지, 전과 같은 방법을 고수할 것인지 오리무중이다. 하루라도 빨리 키워드를 줘야 짐을 지고자했던 후보군 역시 답안지를 쓸 텐데 말이다.

교육감은 시․도 교육집행의 독립적 사령탑이다. 충북교육청 경우 연간 조 단위 예산과 초․중등교원 및 교육 행정직원 임용․훈련․복무․징계 등, 숫자로 보아 장관이나 도지사보다 오히려 권한과 책임에서 무한하다. 그 밖에 조례안을 비롯하여 교육규칙 제정, 교육과정 운영, 평생교육·학교체육·보건, 재산 취득·처분에서 기금의 설치·운용 관련 사무 관장은 물론 자율형 사립고와 특목고 신설 또는 폐지, 수준별 이동수업, 학생 통학구역 조정, 방과후 학교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광폭의 짐을 진다.
 
거대한 교육구조와 복잡화로 단순히 조직의 유지․관리 차원을 넘어 진화를 선도할 리더십이 강조된 현실에 비해, 예상후보 숫자가 넘쳐남은 도리어 수상쩍다. 아랑곳하지 않고 합종연횡 쪽으로만 흐지부지하다 꼬리내릴 확률 때문이다. 운이야 잠깐 머문 기회라지만 행운은 준비된 만큼의 당연한 대가 아닌가? 천만근 무게 아래서도 행운을 움켜쥘 수 있는 건 어두운 구름 쯤 밀쳐낼 용기다. 그 용기처럼 기회는 잡는 사람 몫이다. 이제 진정성 있는 공약 하나하나를 뜸 들일 차례다. 머잖아 한 표를 건지러 죽을둥 살둥 천리길을 뛸판이니 촌음조차 자유로울 수 없다. 앉아서 햇볕을 기다리지 말고 끌어오는 자세로 사람다운 냄새가 자욱한 충북교육을 펼쳐갈 국보급의 별난 무장이 곧 몸값 불리기다.

◇방향등 없는 질주

무한경쟁을 주도할 변화와 혁신 앞에 나눔과 소통, 융합과 창조가 강조되는 시대다. 백세를 일년 앞두고 저승으로 향하신 고향마을 할아버지께서 늘상 타일러주신 󰡐살아생전 일배주󰡑가 새록새록 마음을 붙든다. ‘있을 때 잘해’란 노래 역시 선거철 특수로 파고들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잘난 척하는 사람, 꼬투리 잡기의 달인, 약삭 빠른 사람, 숨길을 막는 먹통, 결단력이 특유한 외골수 등, 어설픈 이름표 앞엔 환청처럼 들릴 수 있는 유행가다. 참으로 평소 의롭게 주위 온도를 높여온 사람일수록 기다린 시간이 길어도 소리내어 닥달할 줄 모른다.

힘든 일에 처했을 때 감정을 절제하며 별처럼 빛난 유연한 카리스마, 왠지 괜히 기분 좋아 떠오르는 인연 어디 있을까? 세상은 넓으나 사람의 운신 폭은 참으로 좁다. 있을 때 잘한 사람이야 경쟁하듯 여기저기서 추대의 손길을 모으지만 반대인 경우 󰡐그 땐 그랬었지’로 읊조려 생경한 망부석과 무엇이 다르랴.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 때 더욱 고운 음(音)을 발하는 악기가 바로 거문고다. 화음으로 살아간다는 건 당장 조금 불편하거나 손해 볼지언정 결국 스스로를 위한 평생 자산임을 아무도 부인 못한다.

어정쩡하게 유권자를 바꾸려말고 서둘러 예비후보자 자신부터 변해야 가슴 설렌 기쁨과 만난다.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근원은 스스로이며 종아리도 나부터 쳐야 매움의 깊이를 알 것 아닌가? 옷깃에 붙일 배지보다 마음의 배지 먼저 생각하라. 요즘, 잎새를 모두 내려놓은 나무처럼 그 많던 잎들의 흩어짐으로 울컥하지 말라. 달빛이 아무리 홀로 밝게 떠 있어도 거문고가 함께 울지 않으면 먼산바라기일 뿐, 시작 앞엔 생각잖은 질곡과 파란을 품어야 하는 게 인간사다. 이번 교육감 예상후보야 말로 어느 선거보다 춥고 긴 미로를 방항등 없이 질주해야 한다. 그게 바로 찬란한 봄을 창조할 피말리는 선거 속성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