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호수의 한 쪽에서 물수제비를 뜨면 원을 그리는 파문(波紋)이 퍼져나간다. 이런 현상과 관련, 한 물결이 약간 움직이면 천만의 물결이 따라 움직인다는 일파만파(一波萬波)란 용어는 사회현상이나 과학 분야에서도 차용된다. 어느 미세한 한 움직임이 예기치 못한 엄청난 영향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설명할 때 ‘나비 효과’ ‘재스민 혁명’ 등을 거론한다.

1961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 Lorenz)는 컴퓨터로 기상을 모의 실험하던 중 초기 조건의 값의 미세한 차이가 엄청나게 증폭되어 판이한 결과가 나타난 것을 발견, ‘나비 효과’ 이론을 도출했다. 나비의 날개 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서울에서 공기를 살랑이게 한 나비의 날개 짓이 미국의 워싱턴에서 폭풍우를 몰아치게 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원리는 훗날 물리학에서의 ‘카오스 이론’의 토대가 됐다.

이같은 나비효과는 글로벌 시대에서 더욱 그 파장을 확대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과 SNS 등 매스미디어 혁명으로 정보의 흐름이 가속화 되면서 지구촌 한 구석에서의 조그마한 변화라도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 지구촌을 강타한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한류열풍 등은 그 대표적 사례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한편,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 중부 시디 부지드 지역에서 청과물 노점을 운영하던 모하메드 부아지지(26)는 경찰 단속에 적발되어 청과물 등을 모두 빼앗기자 분신자살을 기도 했다(2011년1월5일 사망). 튀니지를 23년간 철권통치한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의 장기집권과 지도층의 부정부패·고물가·만성적 실업 등에 시달려온 주민들은 부아지지의 사망을 계기로 불만이 폭발, 국민적 저항으로 확대됨으로써 시위가 절정에 달한 끝에 수많은 사상자를 냈으나 대통령을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치게 했다.

서방 언론은 튀니지의 23년간 독재정권을 붕괴시킨 이 민중봉기를 일컬어 튀니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 이름을 따 ‘재스민’ 혁명으로 부른다. 이 재스민 혁명은 아프리카 및 아랍권에서 쿠데타가 아닌 민중봉기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첫 사례가 됐으며 이집트, 알제리, 예멘,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 쿠웨이트 등 독재정권에 시달려온 아프리카·아랍국가로 그 영향을 확대하고 있다. 한 노점상의 죽음이 각 독재정권을 뒤흔들고 붕괴시키는 엄청난 효과를 빚고 있는 것이다.

한국 언론들, 안녕들 하십니까

최근 우리나라에도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인가. 12월 10일 주현우군(고려대 4학년)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게시가 나비의 날개 짓이라고 한다면 국내외서 이어지고 있는 ‘안녕’ 대자보 릴레이는 ‘나비효과’라고 할 수 있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대해 내용이 자의적이고 선동적이라는 등의 비난이 없지 않지만 많은 국민들, 그 중에서도 청장년층은 ‘안녕’ 대자보에 공감하고 있다. 국내 100개 대학 가까이에서 대자보가 붙여지고, ‘안녕들’ 페이스북 페이지의 게시물을 27만여명이 공유하고 있으며, 집회를 통한 참여현상이 늘고 있는 것 등은 나비효과의 증거일 터이다.

‘안녕’ 대자보가 나비효과를 거두고 있는 이유에 대해 여러 진단이 나오고 있으나, 그 요인을 축약하면 ‘안녕’이라는 일상적 언어 형식을 통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성적 공감’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이 ‘안녕’ 대자보는 취업난 등으로 위축되어 있는 대학생들의 속마음을 화산처럼 분출하게 했고, 언로의 안개 속에서 안일과 자기변명에 급급했던 젊은 지성들의 양심을 일깨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육필 아날로그 ‘안녕’ 대자보가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기성 신문, 방송 등 언론매체는 참으로 자성해야 한다. 한 대학생이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막강한 기성 언론매체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민들의 아픔과 소망 등을 제대로 대변해 주지 못하고 생존과 권력쟁투의 현장에서 눈치놀음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 우리가 물어야 할 대상 중에서 가장 절실한 대상 중의 하나는 한국 언론기관이다. “한국 언론 매체들, 요즘 안녕들 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