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청 공무원들 참 똑똑하다. 몇 달 전 공무원연수원에서 일반직공무원 대상 강의가 있었다.  강의 중에 ‘버려야 할 이년(?)들’을 제시하면서 그 의미를 묻자 한 여직원이 금방 대답한다. “학연, 혈연, 지연입니다!”라고.

학연은 그렇다. 그들은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잘도 뭉치고 서로 돕는다. 잘못은 덮어주고 부족한 것은 채워 준다. 하지만 이건 ‘지들끼리’만 좋은 일일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남’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고소영’이란 비아냥에는 ‘고’자(字) 들어가는 대학의 학연에 대한 불신이 들어 있다. 이 학교 출신들 가운데는 학연을 바탕으로 출세하고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다. 출세한 인물들이 누구보다도 능력이 있고 실력이 있다면 문제될 건 아무 것도 없다. 그걸 문제 삼는 것이 오히려 역차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 능력 있고 실력 있는 다른 학교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본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혈연은 어떻게 보면 사람 사는 세상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김일성 일가의 세습이나 카다피 일가의 철권통치는 현대의 대표적 혈연 케이스일 것이다. 경제 쪽에서 보면 우리의 재벌그룹 거의가 혈연의 예가 아닌가 한다.

하나 더, ‘지연’이란 것은 적어도 현시대 우리에게 있어서는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망국적인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선거문화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오늘의 화두는 ‘인연’이다. 부정적인 의미에서 ‘버려야 할 인연들’이라고는 했지만, 인연이란 것이 마음대로 그리고 함부로 버리고 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옷깃을 한 번 스친 후, 그로 인해 무엇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세종 데일리’가 문을 여는 2011년 11월 11일이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라고 여기저기서 호들갑이다. 천년에 한 번 오는 대목이라며 관련 업체들의 상술이 만만치 않고, 이들 상술에 어김없이 부응하는 ‘복 많은’ 사람들의 주장이 엇갈린다. 한편에선 2111년 11월 11일도 있는데 뭐가 ‘밀레니엄’이냐는 반론도 있다.

여하튼 세종데일리는 2011년11월11일에 문을 연다. 이 1이라는 숫자들의 연속과, 내 생년월일을 표시하는 주민번호 숫자가 ‘1111’이라는 ‘인연’은 버려야 할 ‘이년(?)들’ 중의 그 어느 것도 아니다. 그저 ‘우연’에다가, 대폿집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던 ‘세종’의 대표, 그리고 우리 지역 언론계의 ‘대쪽 어른’과의 ‘인연’, 바로 그 두년(?) 때문인 것이다. ‘버려야할 이년들’이라고는 했지만, 스쳐간 인연 가운데는 참말로 소중한 연(緣)들이 많다. 버릴 연은 과감하게 버리고 간직할 연은 소중하게 간직할 일이다.

세종데일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아이들처럼 순진한 축하의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