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가 도교육청이 제출한 내년도 예산 2조12억 원 중 108억 원을 삭감했다. 31억 원이 삭감된 도예산과 비교하면 지나친 삭감액인지라 도의회가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대다수가 민주당 소속인 도의원들은 정당한 결정이었음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교육예산을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설상가상, 친인척 명의로 사립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도의원이 단설유치원 예산삭감을 주도하여 방해를 한 것이란 소문까지 돌고 있다.

교육청 예산삭감으로 인해 전액 국비로 지원되는 단설유치원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단설유치원 설립을 기대하던 유치원 학부모들이 제일 먼저 뒤집어 졌다. 흥분한 학부모들이 도의회를 항의 방문, 교육권리 침해를 외치며 대규모 집회도 불사하겠다고 나선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유치원은 국가가 지원하고 구청이 관리하는 국립유치원, 시, 도에서 운영하는 공립 유치원, 교육부의 감독 아래 민간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이 있다.

공립유치원은 다시 병설 유치원과 단설유치원으로 나뉜다.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와 함께 있는 유치원으로 보통 1학급에서 3학급을 운영한다. 아이가 같은 초등학교로 진학할 경우, 적응이 빠른 이점 등이 있으나 초등학교의 학사운영에 맞추다보니 직장에 매인 학부모들에겐 아쉬운 점이 많은 유치원이다.

이에 비해 단설유치원은 독립된 유치원체계로 운영된다. 유아교육 전공자인 원장, 원감, 교사로 구성된 독립적인 행정체계와 유아의 발달에 부합한 교육과정이 준비되어 있다. 게다가 공립유치원이므로 보육료의 부담이 없는 것이 큰 장점이다. 쾌적한 환경에서 간식비 정도의 보육료로 아이를 맡길 수 있으니 학부모들이 단설유치원의 설립을 열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작년 10월, 진천교육지원청은 상산초병설유치원과 삼수초병설유치원을 합쳐 진천공립단설유치원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병설유치원 단위의 소규모 유치원을 통·폐합해 독립된 시설과 운영체제인 학교개념의 단설유치원 설립을 추진하는 데 따른 결정이었다.

3, 4, 5세 연령별로 1학급을 16명~25명선으로 편성하여 모두 10학급 규모로 추진하는데 2015년 3월 개원 예정으로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신설교부금과 자체 예산을 포함, 118억 원이 투입된다는 발표에 지역의 학부모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겠네

그런데 예상치 않은 의회의 예산삭감으로 희망이 사라질 위기가 닥친 것이다. 단설유치원 설립기대에 부풀어 있다가 무산 소식에 실망한 지역의 학부모들은 급기야 도의회를 찾아 "공립진천단설유치원 설립 예산은 도교육청이 국비로 확보한 것으로 도의회는 그 승인 권한만 있을 뿐 삭감, 부결할 이유가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가슴을 쳤다. 주민 90.1%가 찬성했던 사안을 가지고 주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우기는 도의회의 삭감이유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도의회 홈페이지 역시 성토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유치원에 보내게 된 유아를 둔 어머니의 글이다.
“진천에도 단설유치원이 생긴다고 기뻐했지요. 그런데 반대하는 사람들이 누구일까요? 충청북도의회 예결산위원님들은 왜 학부모가 내 아이를 공립유치원에 보내겠다하는지, 학부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지, 물어보고 싶네요. 참으로 예결산위 결정이 실망스럽네요. 단설유치원설립은 끌어와서라도 더 해야 되는 사업인데 하라는 사업조차 안 된다 하며 돈을 반납하겠다는 건지 참 알 수 없는 일이네요”

김광수 도의장은 청주·청원 통합 예산 협의 차 기획재정부를 방문하느라 의회를 항의 방문한 학부모들을 면담할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도의장이 일부러 피하기야 했겠는가. 그러나 힘들게 국비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사업을 반납하게 만들어 놓고 다른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 기재부로 바삐 떠난 도의장의 발걸음도 영 가볍진 않았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