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는 예비주자들의 출판기념회가 잇따르고 있다.

정치자금을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모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존재감을 드러내고 세(勢) 과시도 할 수 있는 매력 때문에 선거에 출마하려는 정치 꿈나무나 기성 정치인들은 출판기념회를 선호한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행위를 감시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눈매도 매서워 자칫 합법의 매력이 ‘함정’이 될 수도 있다.

16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충북지사 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서규용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18일 오후 청주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지사 후보군 가운데 처음이다. 이 행사엔 새누리당 중진과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다수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개할 그의 책은 ‘돌직구 장관 서규용 이야기’다.

책에는 2011년 그가 장관에 취임한 후 이임할 때까지 1년 9개월 동안 농촌현장을 다니면서 보고 느낀 소회를 담았다.

출마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진 않았어도 잠재적인 범여권 충북지사 후보로 꼽히는 이기용 충북도교육감도 내년 초 출판기념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감 선거에 재도전하는 김병우 충북교육발전소 상임대표도 내년 1월 11일 청주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그가 펴낼 책 ‘김병우의 교육이야기-신나는 학교가 진짜 경쟁력이다’를 공개한다.

지방 선거와는 무관하지만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올해 출판기념회를 열어 존재감을 과시했었다.

민주당 노영민(청주 흥덕을) 의원은 9월 ‘내 삶에 다가온 열 개의 성경구절’과 ‘시대를 일깨운 편지들’이란 책 2권을 동시에 출간했고 새누리당 윤진식(충주) 의원도 지난달 ‘윤진식의 손길 발길’이란 제목의 책을 펴냈다.

지방의원으로선 이례적으로 이광희(청주5·민주) 충북도의원도 지난 9월 ‘나는 지방의원이다’란 제목의 책을 펴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출판물을 통해 정치자금을 얼마나 모았는지는 정확히 할 수 없지만 적잖은 이익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직선거법상 6·4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예비주자는 내년 3월 5일까지 출판기념회를 할 수 있다.

선거일 90일 전부턴 출판기념회 개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3개월가량 여유가 있어 출판기념회를 여는 예비주자들이 더 나올 것으로 보이나 특별히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출판기념회를 너무 적극적으로 알리거나 행사에 참석한 지인이 저자를 선전하게 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어서다.

선거법은 출판기념회 개최내용을 알리는 현수막이나 벽보를 거리에 게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출판기념회에 초청된 인사가 장차 후보자가 될 수 있는 저자를 지지·선전하면 불법으로 본다.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선거구민에게 무료로, 또는 시중가격보다 싼 값에 책을 줘도 역시 선거법에 위배된다.

사법부는 출판기념회와 관련한 각종 사건에 몇 차례 유죄판결을 내린 적 있다.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제3자가 또 다른 참석자인 선거구민 5명에게 수필집 5권을 무료 배부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선거법 위반을 인정해 벌금 150만원형을 확정한 바 있다.

예비 주자의 경력이 기록된 초청장을 선거구민 등 1845명에게 발송하고 선거구민 150여 명에게 초청장을 직접 배부한 사건에 대해선 벌금 150만원, 출판기념회 참석을 독려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 1만2000여 통을 보낸 사건에 대해서도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한 판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