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겨울이 다가오면
생태 한 마리 두부 한 모 사 들고
털실가게 앞을 서성이곤 해

성큼 들어서지 못하고
그이의 조끼는 어떤 색깔로 하는 것이 어울릴지
아이 목도리는 어쩐 색깔로 하는 것이 예쁠지
가게 안을 기웃기웃 훔쳐보며 궁리하다
결국엔 또 그냥 돌아오곤 해

며칠 망설이는 동안
날이 바짝 추워져 조바심 나서
그제야 문을 밀고 들어서 보는 가게 안
솜사탕처럼 달콤하게 부풀어 오른
갖가지 색의 털실 뭉치들 눈웃음이 간지럽고
털실가게 아주머니 은근한 재촉도 정겹기만 하고

커피 좋아하는 그이엔
브라운과 크림색을 혼합해 주고
사랑스러운 아이엔
밝은 병아리색 목도리를 짜야겠네

모두가 외출한 틈에
아무도 모르게
한 올 한 올 뜨개질을 하는 이 시간
그이와 아이가 따습기 전에
내가 더 따스해지네

뜰에
함박눈 내려 소복이 쌓이는데

2010 <문학광장> 등단
만해 한용운 시맥회 시 입상
좋은생각 생활문예대상 입상
시와소금 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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