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예상후보자를 놓고 얼마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학연과 지연, 보수와 진보, 초·중등 대학간 두드러진 쏠림이나 선두주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아직은 도토리 키재기란 표현이 맞다. 생각 같아선 교육감 숫자를 열명 쯤으로 늘렸으면 어느 정도 욕구충족에 근접하련만 희망사항일 뿐, 표로 연결돼야만 수용하고 반대면 곧 뱉어 버리는 선거판은 내 편 만들기가 첫 번째 승부수다.

다음으로 자금을 꼽는다. 확실한 투자도 아닌 밑빠진 독에 퍼부을 수억 단위 돈줄 아닌가? 출판기념회와 후원회 같은 묘안이 있으나 절대강자가 아닌 경우 오히려 초라함만 부추긴다. 세상 참 겁나게 바뀌는 데 조직과 비용이란 외로운 식량에 밀려 승리할 확률, 요즘은 초딩조차 힘겨운 불변임을 어쩌랴.

초등학교 6학년 되던 해. 나와 내 단짝 둘이서 나란히 전교어린이 회장으로 나섰다. 선거 조직이라야 동생 하나와 향우반 친구 여섯 명 뿐, 지금 생각하니 초라하기 그지없는 열세였다. 그러나 개표 결과 한 표를 더 얻어 뒤집기란 낱말도 터득할 수 있었다. 차점자의 4학년짜리 여동생이 자기 오빠를 찍지 않고 내게 준 표가 끝내기였다는 비밀도 나중엔 새고 말았다. 결국 캐스팅 보트의 위력을 일찌감치 공부한 셈이다. 선거가 끝난 뒤 네편 내편을 가르지 않고 우린 여전히 승자와 패자 운동원과 유권자 모두 선거 전처럼 잘 어울려 변함없는 우정을 다졌다.

반백의 지금도 초등학교 동기모임 땐 꼭 회장 프리미엄을 챙겨준다. 아마 그런 매력 때문에 직함을 잡으려 혹독한 시련의 파도타기를 마다하지 않는가 보다. 분명, 선택은 유권자 몫이다. 몇몇의 궤도 이탈로 보았으면 마음 편할 일이지만 오히려 표 깎아먹고 다닌 사람들 중 당선증 교부 때 만세 부르는 사진은 두고두고 명작으로 남는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아닌 데 벌써부터 이리 몰리고 저리 쏠리고, 치고 빠지기로 능수능란한 꾼들이야 말로 표 모으기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코미디임을 명심하라.

-쿨(Cool)한 전략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엔 어른이 없다는 성토로 자욱하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안들로 교육계 안과 밖에서 혼쭐날 때 다그치는 사람들만 여럿인 현실, 아이들 말로 ‘부끄부끄’ 극치다. 누가 섣부른 공식으로 우리 앞에 문자를 쓰나? 살림이 궁핍하던 때도 도톰한 살점같은 끈끈한 정 속에서 살았건만 ‘너는 너, 나는 나’로 닫아버리니 늘상 초면처럼 낯설고 아주 기본적인 예의까지 굶주림에 부대낀다. 그런 행동을 바르게 추켜세울 기미도 없다. 정상급 대국일수록 검은 돌과 흰 돌의 흐름은 시종 낙관적이다. 죽은 돌을 집어낼 땐 표정관리에 철저하다.

이기는 바둑보다 멋진 바둑이 고수 아닌가? 선거란 바둑과 달라도 너무 달라 묘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이등을 하면 성적으로 봐선 ‘우수’지만 낙선은 피할 길 없다. 오히려 또 다음 4년 뒤를 호객하는 아주 못된 석차일 뿐이다. 부디 예상후보자 마다 꿈과 희망이 익는 야무진 학생, 보람과 권위로 빛부신 교직원, 학부모를 설레게 할 쿨(Cool)한 콘셉트를 들고 차별화된 전략으로 꽃목걸이를 걸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