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찰 최초로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충북 출신 이금형 경찰대학장이 지난 3일 부산지방경찰청장에 내정됐다. 이로써 지난 3월부터 줄곹 붙어온 '승진 후보자' 탁지를 떼게 됐다. 치안정감은 10만이 넘는 경찰을 총괄하는 경찰청장 계급인 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으로 경찰 내에 5명 밖에 없는 고위직이다.

그에겐 언제부턴가 '첫'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1977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해 경찰 창설 68년만에 여성 첫 치안감, 여성 첫 경찰대학장, 여성 첫 치안정감, 부산 첫 여성 경찰청장이란 타이틀이다.

그는 남성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과 카리스마를 두루 갖췄다. 다소 직선적이고 화통한 성격 때문에 손해 볼때도 많다. 여장부이기하다. 폭탄주도 마다하지 않는 호탕한 성격이다 그에겐 '불도저' '대처' '악바리' 등의 닉네임이 따라 다닌다. 그는 악바리같이 살면서 순경에서 치안정감까지 무려 9번을 승진했다. 평균 4년에 한 번씩 승진을 한 셈이다.

여성 첫 치안정감이란 타이틀이 말해주듯 그의 업무 추진력은 정평이 나 있다. 여성 특유의 셈세함과 열정을 갖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등 여성·청소년 범죄 관련 업무의 1인자로 통한다. 2001년 경찰청 초대 여성시장 재직시 '여성기동수사반'과 전국 15개 시·도 병원에 여성·학교폭력 피해자 '원 스톱지원센터'를 설치를 추진했다. 나아가 성매 특별법 이후 성매매 단속을 진두지휘해 주목을 받았다.

1985년 경찰청 감식과 소속 감식관이던 시절 임신 사실을 숨긴 채 열 토막 난 시신의 손가락에서 지문 선을 닦아냈다. 2012년 광주경찰청장으로 근무하면서 일명 '도가니 사건'을 재수사해 14명을 추가로 형사 입건했다. 마포경찰서장 재직시 13차례 성폭력과 성추행을 저질런 '마포 발바리' 검거 등의 많은 일화를 남겼다. 충북경찰청 차장 재직시도 새벽 5시부터 무전기를 틀어놓고 현장보고 받는 일부터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등 열정적이었다. 그래서 청장보다 차장이 더 설친다며 본의 아니게 욕을 먹기도 했다. 당시 충북 경찰에 ‘태양이 둘’이란 보도가 나올 정도로 부정적인 보도도 있었다.

그는 청주 대성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어린 시절 꿈꾸던 미래 속에 경찰은 없었다. 그는 화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사망한 후 미술 공부에 대한 꿈을 접었다. 암 투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훈과 당시 현직 경찰이던 숙부의 추천에 따라 경찰에 발을 들였다.

그는 가정에도 성공한 여성이다. 가정과 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쉽지 않다. 아이 셋을 키우며 말단 순경 출신으로 경찰 고위직에 오르는 과정에 동국대에서 석사와 박사도 땄다. 큰딸은 고시에 합격해 공무원으로, 둘째는 카이스트를 마친 후 미국 유학 중이다. 셋째는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육아에서도 보란 듯이 성공한 것이다. 사실 그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못해줘서 늘 아쉬운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부군도 대기업 간부 출신이다.

 여성, 고졸, 순경, 충북 출신이란 4D 극복한 '대처' 닉네임

그는 여성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워 준 '여성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패배의식에 찌들어 있는 세태에 경종을 울렸다. 어차피 경찰 고위직은 고시와 특정대학(경찰대학 등) 출신이 독신하기 마련인데 하면서 쉽게 포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여성, 고졸, 순경, 충북 출신이란 4D를 극복한 경찰에선 신화적인 인물이다. 그는 승진은 누구나 '하면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하다.

그는 나이가 50대 중반이다. 지금은 여성대통령 시대다. 아직은 정치에 대해 손사래를 치지만 차기 총선에서 영입대상 1순위 물망에 오를 것이다. 여성 최초 타이틀과 경찰 스펙, 언변, 자질 등을 감안할 때 정치인으로도 손색이 없다. 경찰 최고직에 이어 다음에는 어떻게 변심할지 두고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