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의원과 노영민의원은 충북에선 보배같은 정치인이다. 충북의원 중 정의원은 새누리당, 노영민의원은 민주당의 간판 중진의원이다. 정 의원은 보수, 노 의원은 진보로 둘 다 당의 정체성에 맞는 인물이다. 정치 스펙이나 언변, 자질면서 손색이 없는 사람이다. 나이는 정 의원이 60세, 노 의원이 56세로 4살 차이다. 학교와 출신은 정 의원은 외지서, 노 의원은 청주서 나온 토박이다.

정 의원은 5선 국회의원을 지낸 부친 정운갑씨의 아들이다. 정치적 DNA를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았다. 경기고와 성균관대를 졸업 한 행정고시 출신이다. 그는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 고향인 진천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해양수산부 장관, 충북도지사, 3선 국회의원이다. 지난 총선에서 4선에 도전했던 민주통합당 홍재형 의원을 물리치고 8년만에 3선에 당선 돼 현재 새누리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 의원은 청주에서 초,중,고를 나와 연세대를 졸업한 청주 토박이다. 노 의원은 연세대 재학 시절인 1977년 교내 시위를 벌이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2년간 수감생활을 한 운동권 출신이다. 생계를 위해 전기 공사 현장에서 10여년간 일했다. 특급 전기공사기술자 자격증을 가진 유일한 의원이다. 청주에서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하다 17대 때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정계에 진출한 3선 의원이다.

그런 두 중진의원들이 이번에 ‘국회의원 수’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14일 충청 인구가 호남보다 많은데도 국회의원은 충청(25명)이 호남(30명)보다 5명이나 적은 것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한 발 더나가 충청과 호남의 국회의원 숫자가 부당하게 구성된 책임을 민주당으로 돌렸다.

그러자 노 의원은 작심한 듯 “정략적, 피상적, 비합리적인 발언”이라고 정 의원을 겨눴다. 노 의원은 지난 25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선거구 증설은 인구 문제만으로 접근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고, 지역 대표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정 의원 주장대로라면 수도권 의석만 늘게 되고, 충청권에 돌아오는 이익은 없다”며 “결과를 예측 못 한 비이성적이고 선동적인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충청권이 여건이 비슷한 호남권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기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라며 “민주당 의원이니까 호남지역에서는 목소리를 못내면서 충청도민을 위한 것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자꾸 ‘초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충호 시대’ 충청권의원 한 목소리 내야

최근 영충호(嶺忠湖)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시종 지사가 원조다. 영호남(嶺湖南)의 뜻과 대칭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치·경제구도는 영호남의 시대였다. 영충호라는 신조어는 지난 8월 이시종 충북지사가 직원 월례회의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지사가 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올들어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의 인구를 추월했기 때문이다. 여야 충청권 시·도당위원장 6명이 지난 25일 충청권 국회의원 선거구를 늘리기 위한 공조체제를 가동하겠다며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동안 국정 현안이나 개각 등 인사에서 충청권이 들러리를 섰던 게 사실이다. 영호남을 의식해 안배했지, 충청은 기타 지역으로 분류되곤 했다. 이제 ‘영호남시대’가 ‘영충호시대’로 바뀌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국민이 원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기 마련이다.

과학벨트 수정안 등 지역 현안을 두고 사사건건 제 목소리만 내며 ‘공조’를 외면했던 충청권 의원들이 국회의원 의석수 늘리기와 관련해 또 다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두 의원의 설전은 다분히 정략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는 유권자의 몫이다. 충청권 의원들이 지역 문제만큼은 한 목소리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