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김승택 현 충북대 총장의 ‘차기 총장 재출마시 직위 유지 방식’이 드디어 정리됐다. 27일 오후에 열린 임시총회에서의 교수 투표 결과다.

차기 총장 재출마를 마음에 두고 있는 김승택 총장은 임시총회에서의 압도적인 사퇴안 가결로 인해 지금 위경련이 일 지경일 게다. 총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일부 보직교수들의 얼굴 역시 거의 흙빛이더란다.

충북대 교수회 평의회가 직무대행 방식으로 현재의 직위를 유지하는 방안을 의결한 것에 크게 고무되어 있던 현 총장은 임시총회의 결정에 따라 차기 총장 출마 의사를 밝히는 즉시 총장직을 사퇴해야 할 난감한 입장이 됐다.

현직 사퇴보다 더 난감한 문제가 김승택 총장이 조기 사퇴할 경우 아까운 의과대학 교수직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 교육공무원법의 규정은 ‘대학의 교원으로 재직 중 해당 대학의 장으로 임용된 사람은 임기가 끝나는 날의 다음 날에 본래의 교원자격을 다시 얻게 된다’ 라고 되어 있다.

김승택 총장의 임기는 내년 4월말까지다. 그래서 김총장이 재출마를 결정하고 사퇴를 하는 순간 법의 규정에 따라 당연히 교수직을 잃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총장직을 그만두는 동시에 의과대학 교수직도 상실하게 돼, 충북대 교수 자격이 아닌 외부인사 자격으로 충북대 총장에 공모해야하는 야릇한 신분이 되고 마는 것이다.

차기총장으로 선거에서 재당선된다면 이런저런 고민거리가 없겠지만 김승택 총장이 당선된다는 보장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교육부의 '총장 직선제 폐지' 방침에 따라 차기 총장선거는 총장임용추천위원회의 구성원 48인의 간선으로 치러지게 된다.

학내위원 36인과 학외위원 12인으로 총장임용추천위원회가 구성된다는데, 무작위 추첨으로 투표권을 주는 로또식 선출방식으로 인해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야말로 복불복, 선거 당일에 용꿈이라도 꾼 인사가 총장으로 당선될지도 모르게 판이 짜였다.

최근 충북대 교수회 평의회가 직무대행 방식으로 현재의 직위를 유지하는 방안을 의결한데 대해 교수들의 반응은 거의 분노에 가까웠다. 평의회의 의결을 적극 지지하며 총장이 부재한다면 충북대는 재앙에 빠질 것이란 우려의 메일을 돌린 모 교수는 학내 웃음꺼리가 됐다. 지나치게 티를 낸 사랑의 부작용이다.

본전도 못 건진 교수회 평의회 의결

교수회 평의회의 편파적 의결에 실망한 일부의 교수들은 교수회장의 탄핵까지 거론하며 총장의 중임을 제한하는 규정 제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누가 봐도 현 총장만을 배려한 ‘재출마시 직위 유지’에 대한 반발로 학내 분위기기가 급속히 싸늘해지자 김승택 총장은 시쳇말로 많이 당황했나보다. 임시총회 전날 교수들에게 보낸 총장의 담화문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허둥댄 흔적이 역력했다.

교수평의회의 결정은 적법하지만 전체교수의 총의를 묻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여 교수평의회가 확정한 ‘총장후보 선정에 관한 규정 및 동 시행세칙 개정안’을 전체 교수의 찬반투표에 부치자고 한 총장의 뒷북문장 가운데 ‘적법’이라는 단어가 진하고 크게 읽어진다. 적법, 좋은 말이다. 적법이 아닌 편법을 행하려 들어 탈이지.

김승택 총장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어제까지 양 손에 들고 있던 떡을 자칫하면 다 놓쳐 버리게 생겼으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닐 텐데. 충북대가 실력 있는 교수님을 잃게 될까 우리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