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은 금년 하반기부터 사실상 자강능력시험기(自强能力試驗期)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5월 이후부터 건국 이래 최초로 충청권의 인구수와 유권자 수가 호남권 보다 많아지고, 국회의장과 다선의원 등에서 충청권 출신 정치인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지자 충청권의 위상 재정립과 충청권 국회의석 증가 등 정당한 권익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충청권의 단합이 선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충청권이 소기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충북, 대전, 충남, 세종시 등이 뜻을 합해 일치단결된 자세로 밀고나가야 할 터인데 과연 그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개인이나 어떤 단체를 막론하고 목표 달성은 구성원이 뭉쳐 단합하면 성공할 수 있고(團合必成), 자체 분열하면 되는 일이 없게 된다(分列坐礁). 요즘 화두로 떠오른 이른바 ‘충청권 대망론’도 예외가 아니다. 글머리에서 충청권이 ‘자강능력시험기’에 돌입했다고 언급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러면 현실은 어떤가. 충청권의 행정파트에서는 단합의 일치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그 예로, 제9차 충청권경제포럼 겸 제150차 충북경제포럼조찬 세미나에서 이시종 지사가 선점한 ‘영충호시대’ 깃발을 내걸고 있는 충북도의 설문식 경제지사는 “충청권 4개 시도가 힘을 모아 현재의 충청권을 조성했듯이 앞으로 더욱 합심하여 영충호시대를 완성해 나가자”고 역설했다. 대전시 윤태희 경제산업국장, 충남도 최운현 경제통상실장, 세종시 변평섭 정무부시장 등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생하는 기업문화의 조성, 각 지역발전 현안사업 등의 공조를 통해 영충호 시대를 앞당겨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충청권 내 정치파트에서는 일부 중진들의 기선잡기 갈등양상이 표출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논산.계룡.금산)은 이달 21일 KBS 라디오에 출연, “충청권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 주장은 영호남의 대결구도 정치를 빨리 벗어나자는 주장”이라며 “지금 민주당이 정쟁을 일삼고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를 계속하는 이유도 지역대결 정치가 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러자 대전과 충남의 민주당 측이 반발했다.

한편 충북에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정면 대결, 밥 짓기도 전에 밥 싸움을 벌이는 꼴불견을 연출했다고 할까. 지난 14일 헌법재판소에 현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무효로 하는 내용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던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청주 상당)은 20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충청권 국회의석이 호남권보다 적은 것은 민주당 출신 호남권 출신 의원들의 책임이며 민주당 충청권 출신 의원들도 공범”이란 취지로 공세를 펼쳤다. 이어 민주당 김한길 대표에게 선거구 재조정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밥 짓기 전에 밥 싸움부터 해서야

정 최고위원의 기습에 민주당 충북도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정 의원이 후안무치한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정 의원의 논리대로 단순 인구비례로만 따진다면 서울 1석. 인천 2석. 경기7석 등 수도권은 10석이 증가하는 반면 인구 하한기준(13만8천525명)에 못 미치는 보은·옥천·영동은 통합대상 선거구가 돼 충북은 오히려 1석이 줄게 된다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충북의 의석수를 줄이고 서울의 의석수를 늘리려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시장 출마를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고 따졌다. 충북 정치권의 집안싸움이 철없이 벌어진 꼴이어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하겠다.

충청권의 국회의원 지역구 의석수를 늘리라는 충청권의 요구는 정흥원 총리도 국회질의 과정에서 공감했듯이 반드시 실현돼야할 정치적 명제다. 그러나 그 실현에는 난관이 수두룩하다. 우선, 충청권에 인구수를 추월당해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호남권의 방어적 공세가 나오기 시작했고, 헌법재판소의 심판과 국회입법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같은 난관을 돌파해 나가자면 충청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응집된 힘을 발휘해야 한다. 여야로 갈려 공방을 벌이다간 만사휴의가 된다. 그러니 충청권의 정치인들은 제발 인기위주의 갈등 양산 개인플레이를 자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