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하루가 멀다 하고 부모를 구타하거나 혹은 돈 때문에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달고 있다. 몇 달 전에는 도박으로 신세를 망친 젊은이가 어머니와 형을 잔인하게 살해하여 암매장 했다 체포됐다. 양반의 고장이라는 청주에서도 거동이 불편한 70대 어머니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패륜아가 나왔다. 아! ‘동방의 빛’이라고 한국을 동경하던 인도의 시성(詩聖) 타골이 이런 세태를 들었다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옛날에는 부모를 죽이는 행위를 강상파괴죄(綱常破壞罪)라고 했다. 효를 모든 행실의 근본이라고 표방했던 조선유교사회에서도 이런 범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연산군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중종시대 이런 끔찍한 범죄가 유독 3번이나 일어났다. 첫 번째는 중종17년(1512AD) 밀양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두 번째는 21년(1526AD) 수원부에서 부모를 죽인 사건이 발생하여 부민들이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세 번째는 36년(1541AD) 남해에서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격노한 임금은 남해부를 현으로 강등시켰다.

그러면 강상파괴죄에 대한 형벌을 어떻게 했을까. 부모를 죽이는 사건이 일어나면 범인은 목이 잘리거나 능지처참 되는 등 참혹한 벌로 처벌됐다. 살던 집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연못을 팠다. 고장의 읍호(邑號)는 강등되었으며 수령은 백성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고 파직되었다. 범죄자는 물론 그를 길러낸 고장의 부덕에 대해 공동책임을 부과한 것이다.

인류최초의 성문법인 고대 함무라비 법전에도 '아버지를 때린 자는 그 손을 자른다'고 돼있다. 또 부모를 살해한 자는 이마에 낙인을 찍은 뒤 굶겨 죽인다고 적고 있다. 천륜을 해한 벌은 그리스 신화에도 나온다. 에디푸스는 어릴 때 자신을 버린 친아버지를 모르고 죽였는데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는 비탄에 빠져 스스로 눈을 찔러 실명하지 않는가. 친부를 살해했으니 어떻게 세상을 보겠냐는 것이다. 부모를 죽인 자에게는 정상참작이 있을 수 없다.

얼마 전 중국에 갔을 때 CCTV에서 방영한 특집프로가 인상에 남는다. 중국의 모 시골에서 부모를 구타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중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CCTV에서 몇 시간을 집중 조명했으며 폭행 당사자의 거듭된 사죄와 마을주민들의 여론 등을 특집으로 내 보냈다.

중국인들은 최근 ‘효’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관과 회사에서 효의 바이블인 ‘효경(효경(孝經))’ 강좌도 실시한다. 효경은 유가의 주요 경전인 십삼경(十三經)의 하나로 진시황의 분서갱유 때 기적적으로 건져진 책. 안지(顔芝)라는 사람이 화를 피해 몰래 보관해 두었던 것을 한(漢) 초기 그의 아들이 세상에 내놓아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필자는 장춘에서 국영기업인 길량그룹 사원들이 매주 금요일 오후를 택해 효경을 공부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들은 공자의 인(仁)을 배우고 ‘노자안지(老者安之·노인을 안락하게 모신다)’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저녁이면 노부모를 모시고 식사하는 가족풍경이 식당마다 가득하다. 13억 중국에서 어디 부모를 죽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보도가 있는가.

‘효’는 결코 고루한 것이 아니며 옛 시대의 가치만은 아니다. 부모에 대한 섬김은 자식 된 도리이다. 개화기 단발령 때 ‘신체발부는 부모로 부터 받은 것이어서 머리를 자르느니 차라리 목을 내 놓겠다’고 한 선비들의 효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요즈음은 자녀들이 낳아준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알아주기만 해도 효라고 한다. 아들이 고향에 계신 부모에게 전화만 걸어줘도 효자라고 하는 시대가 됐다.

부모를 타살하는 시대를 만든 책임을 한국사회는 반성해야 한다. 가정, 학교, 국가는 인륜부재의 사회에 대한 경각심과 이를 타파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노인을 섬기고 부모에게 효를 실천하는 것을 부러워 한 서양인들이 이제는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한국은 지금 가장 위태로운 나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