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남대에 조성돼 있는 역대 대통령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전두환·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길.

국민세금 8억 원으로 ‘이명박 대통령길’이라니요?

역대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이명박 대통령길’을 만드는 사업이 추진 중이라는 소식에 충청북도가 도마에 올랐다. 이명박 자만 들어도 알레르기가 일어난다는 반 이명박 정서를 가진 사람들의 반발이 특히 심한데, 대통령길 조성에 대한 전후설명을 들을 것도 없이 무조건 반대를 하고 있으니 충북도의 입장이 이만저만 난처한 처지가 아닌 상황이다.

청남대에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역대 대통령 5명의 이름으로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충청북도는 점차적으로 6㎞정도의 대통령 산책길을 더 조성하여 역대 대통령의 이름을 모두 올릴 계획이다.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 대통령에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을 더하여 붙인 대통령길이 생길 예정인 것이다.

현직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의 길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으나 아직 설계조차 들어가지 않은 상태의 이명박 대통령길을 착공하여 완공하려면 이명박 대통령 퇴임 후가 될 것이라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딴 산길을 내고 구름다리와 정자 등을 설치하려고 사업비 8억 원을 쓴다는 내용만 알려진 터라 일부 국민들은 마치 충청북도가 현 대통령의 기념사업만을 특별히 준비하고 있다는 오해를 하고 있다.

일부 언론도 머리와 꼬리를 모두 떼어내고 이명박길 조성계획만을 집중 조명하여 현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해 충북도가 혈세를 낭비하려는 것처럼 보도를 냈다.

그래서 “전혀 정치적인 의도는 없으며 관광지로 청남대를 활성화시키려는 것일 뿐”라며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충북도는 동네북이 되어있는 처지다. 더욱 난처한 입장에 몰린 사람이 이시종 지사다.

'이명박 대통령길을 8억원을 들여서 내년 4월부터 이시종 충북지사가 만든다네요. 이런 뭐 같은 일이 있습니다. 그는 현역 지사고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사람인데 여러분이 나서서 이명박 길 만드는 것 막아주세요' 등의 이시종 지사 공격성 글들이 거침없이 올라오고 있다. 민주당 소속 지사가 이명박 대통령길을 만드는 것이 말이 되냐는 항의인 것이다. 드러내놓고 말리지는 못하지만 민주당 측도 속앓이 중이라는 말이 들린다.

여당은 이 사업의 추진 주체가 민주당 출신 도지사임을 노골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청남대에 이명박 길 조성 계획이 민심에 악영향이 될까 지레 겁을 먹은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청남대에 '이명박 대통령길' 조성 공사에 대해 확인해보니 이시종 충북지사(민주당 소속)가 추진하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충북지사가 민주당 소속임을 강조한 내용도 유치하지만 "대통령실은 확실히 제지해서 오해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은 속이 들여다보인다.

대통령길은 역대 대통령의 이름을 모두 올린 산책로일 뿐이다. 현직 대통령을 기념하는 특별한 기념사업인양 공격할 사안은 아닌 듯싶다. 대통령의 퇴임에 맞춰 산책로에 대통령 이름을 올리려는 이시종 지사를 공격하는 것은 더욱 적절치 않은 처사다. 야당 소속의 지사임을 운운하는 것은 더더욱 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