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하고 해뜰 날’이 충청권에도 오는가. 영남권과 호남권 간의 정치적 파워게임에서 늘 ‘빌 붙는 신세’를 면치 못했던 충청권에도 ‘대망(大望)의 해뜰 날’이 밝아올 수 있을까. 아직은 동트기 전이어서 ‘충청권의 밝은 날’ 실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충청권에 정치적 사회적 여명(黎明)이 도래하고 있음을 뚜렷이 감지할 수 있다.

그 근거를 몇 가지로 압축, 살펴보자. 이명박 정권 때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장을 역임한 홍 철 박사는 2011년 11월 18일 청주 라마다 호텔에서 개최된 제3차 충청권 경제포럼 겸 제130차 충북경제포럼 세미나에서 “충청권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역설했다.

홍 박사는 ‘충청권 시대 개막’의 요체로 한국의 충청권 서해안과 중국의 3개 광역경제권이 상호 경쟁과 기능적 연계 등을 통해 세계 경제성장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3개 광역경제권은 △주장삼각주(선전·홍콩) △창장삼각주(상하이·난징) △징진지(베이징·텐진)를 말한다.

그는 서해안 시대는 인천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수도권의 양적 팽창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기업들이 충남의 천안, 아산, 당진, 충북의 청주, 오창, 오송, 충주 등지로 이전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지표상으로도 충청광역경제권은 인구 증가, 광역경제권별 1인당 GRDP, 취업자수 증가율, 특허 등록건 등에서 수도권에 이어 2위를 차지하거나 수위를 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충청권, 정치적 주역으로 힘을 합쳐야

충청권 시대 개막을 알리는 결정적 징조는 정부청사가 이전해오고 있는 세종시 발전 외에 특히 충청권 인구증가에서 실감된다. 인구 증가는 그 지역의 정치적 발언권을 강화하고 경제, 사회적 발전의 원천이 된다. 1980년대 만 해도 호남권 인구의 70% 수준이던 충청권 인구가 금년 5월을 넘기면서 조선조 이후 처음으로 호남권 인구수를 추월, 408명이 더 많아졌다. 그리고 지난 10월 31일 기준으로(주민등록상 인구) 충청권 인구는 526만8108명으로, 호남권 인구 525만 979명 보다 1만7129명이 더 많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2016년 4월 치러지는 제 20대 총선 시는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보다 27만 명, 2017년 12월의 제19대 대통령선거 시는 31만 명이 각각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충청권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호남보다 인구수가 많은데 충청권 지역구 국회의석수가 25석에 불과, 호남권 30석보다 5석이나 적은 것은 마땅히 시정돼야 한다. 충청권의 새누리당, 민주당 국회의원과 광역자치단체장들 그리고 기초의회 등이 충청권의 지역구 국회의석을 늘려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충청권의 자존을 실현하는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국회는 물론 정부여당과 선거관리위원회는 충청권 국회 선거구 증설 문제를 다음 총선거 이전에 반드시 실현 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충청권은 ‘정치적 바로서기’를 확립해야 한다. 충청권은 영충호시대의 전개에 즈음하여 그간 영호남의 ‘정치적 가방들기 처지’에서 벗어나 ‘대망의 주역’으로 처신해야 한다. 그러자면 인구가 증가한 만큼 정치적 지역적 동질성 제고에 힘쓰는 한편 ‘대망의 말’을 탈 ‘차기 기수’를 부각시켜야 한다. 충청의 다음 기수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든 다른 충청출신 인물이든 중의로 추대, 소중히 뒷받침하여 차기 고지(高地)에 오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충청권의 대전시, 세종시, 충북, 충남 등 4개 지역은 각기 지역 발전의 미시적 관점에서는 이해관계가 달라 의견 충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충청권 전체의 거시적 발전과 정치적 경제적 위상 제고 등을 위한 문제에서 만큼은 소아(小我)를 누르고 대의(大義)를 따라야 한다. 그래서 제4대 윤보선 대통령(충남 아산출신) 다음으로 충청권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등 충청권 시대를 활짝 열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