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 청주 예술나눔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그것은 목탁 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연극개막에 앞서 지난달 29일 예술나눔 터에서 삭발식을 가졌다.

청주에서는 지난 1993년 초연됐던 연극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가 오는 7일 연극전용극장 '예술나눔 터'에서 시민들을 맞는다.
　
한국 연극사상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불 좀 꺼주세요',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쓴 이만희 극작가의 작품인 이 연극은 인간의 세속적 번뇌와 망혹, 그것을 끊어내기 위해 타고난 인간의 천성을 깨달아가는 수행의 과정을 다룬다.

인간의 본질적 고뇌, 방황과 갈등의 양상을 진솔하게 그려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주제를 다루지만 거창한 철학을 논하거나 고고한 척 하지 않는다. 절묘한 상황 구성과 이만희 특유의 감칠맛 나는 대사가 주는 재미가 관객들을 쉴 틈없이 웃게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인생에서의 참된 오솔길로 보는 이들을 인도한다.
　
전직 미대 교수이자 조각가인 주인공 도법 스님은 입산한 뒤로는 예술을 멀리 한 채 오로지 선방과 토굴을 전전하면서 수행에만 정진해오던 중 큰 스님에게서 봉국사의 불상을 제작하라는 명을 받는다.

도법은 수행 뿐 아니라 지고의 예술을 통해서도 불법을 얻을 수 있다는 집념으로 불상을 제작하고, 3년이 지나 불상이 거의 완성돼 가던 어느날 그의 앞에 난데없이 피투성이 망령이 나타난다.

망령은 도법이 만든 불상은 엉터리이고 그가 아직도 과거에 집착한다며 불상을 부숴버린다. 망령에 시달려 정신착란 현상을 보이는 도법은 끝내 조각칼로 자신의 두 눈을 찌른다.
　
수행에서도, 예술에서도 불법을 찾지 못 했던 도법은 앞을 볼 수 없게 되는 그 순간 진정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세상에는 미추가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그 기준은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깊이 있는 대사들은 문학적·철학적이고 전체적으로 조화가 뛰어나며, 고고한 탈속의 세계가 아니라 속세와 연결된 번민 속에 따뜻한 휴머니티를 담고 있다.

절과 스님들의 일상을 바탕에 두고, 노스님의 달관적 경지에서 사미승의 주책스러움에 이르기까지 유머와 해학을 통해 불도의 기본 이치를 친밀하게 풀어낸다. 불상 조성을 하는 도법과 그를 지켜보는 탄성, 두 스님의 철학적인 대화는 사뭇 가볍기만 할 것 같아지는 극의 중심을 잡는다.

도법 스님은 극단 늘품 안진상 대표, 탄성 스님은 극단 청사 문길곤 대표, 방장 스님은 시 계간지 딩아돌하 주간인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임승빈 교수, 망령은 전 국립극단 단원 겸 운영위원인 세명대학교 방송연예학과 이영호 교수, 원주 스님은 극단 청사 단원 이종진 씨, 월명 스님은 극단 늘품 단원 정아름 씨, 여인은 전 국립극단 단원이며 현재 극단 청사 단원인 이은희 씨가 맡는다.

스님 역을 맡은 이들은 지난달 29일 예술나눔 터에서 용천사 주지 진화 스님의 도움으로 삭발식을 가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공연은 오는 11일까지 계속된다.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에는 오후 4시와 7시에 막을 올린다. 전 석 3만원(문의·예약 ☏043-255-7774·1544-78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