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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품격을 높이는 길박걸순 충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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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2.25  1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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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라고 일컬어지는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지 16년이 지났다. 그 공과에 대한 논의는 분분하며, 단체장의 선거 부정이나 뇌물 수수 등 부정적 현상들이 속출될 때마다 우리 자신의 민도를 의심하고 아직도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각 지자체들은 중앙 정부 의존도를 줄이고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기반 인프라의 구축, 첨단 산업과 대형 시설의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중앙 정부는 지역간 균형 발전을 추구하고는 있으나, 커다란 편차를 극복하는 것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이 지역의 정체성을 그 지역의 역사와 인물에서 찾고, 이를 지역의 브랜드로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경제가 우선해야 할 당장의 과제이나, 역사와 문화는 궁극의 미래 가치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품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경제 자립도만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장에 높이 솟은 굴뚝에서 뿜어내는 연기의 풍성함만으로 그 지역민의 행복지수를 따질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 지역의 역사 문화적 유산과 전승, 그리고 이를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킨 여부가 지역의 품격을 평가하는 중요 지표가 되어야 한다. 오랜 전통을 지닌 고색창연한 유럽의 옛 도시들이 간직해 온 역사 문화적 품격이 경제적 가치를 뛰어 넘어 세계인의 각광을 받는 까닭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은 해방 공간의 혼란 속에서도 21세기 미래의 브랜드로 문화를 강조하였다. 백범은 높고 새로운 문화가 우리를 강대국으로 만들 것이고, 이로서 세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좌우익의 대립과 남북 분단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모두가 정치와 사회문제의 담론에 뛰어들고, 경제가 매우 궁핍하여 먹고 사는 문제가 최대의 과제로 제기된 상태에서 문화를 말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예견은 적중하였다. 자그마한 대한민국은 IT를 비롯한 첨단 산업에서 세계를 주도하고 있으며, 각 분야의 문화를 선도하는 우수한 인재들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백범을 민족의 사표로 추앙하는 것은 그 분의 자기희생적 민족운동 뿐 아니라, 뛰어난 예지력의 현재성을 확인하고 미래의 유효성을 믿기 때문이다.

충북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이다. 이는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런데 역사 문화에 대한 인식 역시 타 지자체보다 낫지 않으며, 개선의 여지도 없어 보인다. 한 조사 자료에 의하면 충북지역 청소년 중 60%가 충북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모르고 있으며, 지역에 대한 자긍심도 타 지역의 청소년에 비해 낮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그들만 탓할 노릇도 아니다. 또한 충북 거주 외지인들이 충북이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문화 예술 환경을 꼽고 있음도 초라한 충북 문화의 현주소이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신라시대 충북은 5소경 중 2개의 소경이 설치되어 수도 기능을 수행하였다. 당시 사실상의 행정중심도시는 충북이었던 것이다. 멀리 말할 것도 없이 일제 강점하 충북 출신으로서 독립운동의 공적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훈포장을 받은 독립유공자가 현재 405명에 이른다. 제대로 된 지역의 독립운동사 서적과 독립운동가 평전이 없다. 이들 가운데에는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의 각 분야를 주도했던 인물들이 다수 있다. 그러나 정작 충북 지역민 가운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들의 존재조차 아는 사람은 그리 없다.

경북은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안동독립운동기념관을 만들어 이를 경북의 현대 문화유산과 정신으로 승화하는 작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독립운동의 성지를 외치는 지역다운 일이다. 인근의 충남도 충남대학교에 의뢰하여 해마다 시․군을 순회하며 근현대 역사와 인물을 발굴하여 지역 정체성과 연계하는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지역 정체성이 가장 약하다고 평가되는 서울도 근현대 역사와 문화를 서울의 상징 소재로 만들기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그런데 충북은 조용하기 그지없다. 최근 도내에서 지역의 독립운동과 독립운동가를 조명하는 몇 건의 학술회의가 진행되었으나, 지자체장이나 관련 공무원들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얼마 전 필자는 타 지자체에서 주최한 독립운동사 학술회의에 발표하러 갔다가 그 지역 지자체장과 의회 의원들이 학술회의를 끝까지 경청하고 토론에도 활발히 참여하는 광경을 한없이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본 적이 있다. 충북에서도 그 같은 지자체 단체장이나 의원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자체장들은 지역의 품격과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이 자신들의 소관임을 자각하고 그 방법을 강구하기에 고민해야 할 것이다. 도세가 약하다고 지역민의 역사문화적 자긍심도 비례해서 약해서야 되겠는가? 재정 자립도의 낙후만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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