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공무원들이 기대했던 대폭 승진 인사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정년을 6개월∼1년 앞둔 1953년생 국장급 5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씩 공로연수 신청 공고를 냈으나 아무도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년과 퇴직을 앞둔 공무원에게 사회적응 준비 기회를 부여하는 공로연수는 1993년부터 행정안전부 예규(공로연수 운영 지침)에 따라 실시되고 있다.

일각에선 ‘무노동 유임금의, 시민혈세 축내는 하마’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대다수가 원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시장은 서기관 승진 임용 전에 대상자와 둘만의 묵시적 약속을 통해 승진을 시켰다. 6개월만 하고, 또는 정년 1년 앞두고 공로연수(명퇴)를 신청하겠다는 것을 조건부로 승진시켜주는 것이 관행이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이들이 버티는 이유는 올 연말 임기를 다 채우고 물러나는 한 여성국장이 불문율(?)로 인식돼 온 명퇴 신청 룰을 깼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면상 이유와는 달리 속내는 현 시장한테 신세진 것이 없기 때문에 구태여 백수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 중에는 선배 국장이 용퇴하지 않는다고 하극상(?)을 부린 이도 있고, 선거 때 후보캠프를 찾아 큰 절 드린 덕에, 혹은 고향 때문에, 동문이란 이유만으로 승진했던 것을 주변에선 다 알고 있다.

예년 같으면 신년 초 대규모 인사와 관련, 하마평이 무성하지만 지금은 너무 조용하다. 특히 이종배 시장의 인사스타일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하기 때문에 서기관 1명과 사무관 5명 승진 자리를 놓고 자천타천 거론되는 예상자들은 안절부절하고 있다.

분명한 건 국장들은 시장 신세(임용)를 지지 않았지만 이 시장 또한 국장들한테 빚(선거 때 직·간접 도움)진 것 없어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결론은 ‘후배들이 박수칠 때 영예롭게 떠나라’는 것.

이같은 경우는 인근 지자체인 청주시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마음껏 담을 수 있도록 알아서 용퇴하는 것이 공직사회 희망인 '승진' 물꼬를 터 주는 길이 아닐까 싶다.

이 시장은 고위 정무직 출신이면서도 낮은 자세로 시민을 섬긴다는 평이다. 일 처리 만큼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행정의 달인' 이지만 약자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배려할 줄도 아는 사람으로 소문 나 있다.

그가 칼(인사권)을 빼지않고 참고 기다리는 것은 큰 일(충주발전의 대망)도 하기 전에 인사권 남용과 재량권 일탈이란 구설수에 휘말려 충주호 항해에 먹구름을 끼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공직 선배인 그들에게 '아름다운 용퇴' 기회를 한 번 더 주고 싶은 후배로서의 안타까운 마음 때문일까.

이 시장의 첫 정치실험이 합리적인 통합의 리더십으로 발휘돼 '백년대계의 새 충주시대를 열겠다'는 소박한 꿈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국장님, 제발 떠나주세요. 후배들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