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30만명의 관람객을 모으고 20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가운데, 청주시립무용단이 폐막기념 공연을 하고 있다.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을 주제로 펼쳐진 2013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20일 열린 폐막식을 끝으로 화려했던 40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문을 닫은 육중한 담배공장에서 진행된 공예비엔날레는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라는 행사 장소의 특수성 덕분에 관람객과 국·내외 전문가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일반인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은 행사를 더욱 신명 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국내외 공예전문가, 청주를 주목하다

올해 공예비에날레에서는 기획전과 공모전시, 초대국가전, 국제학술심포지엄, 국제아트페어 등이 열렸다. 조안나 바스콘셀로스, 케이트 맥과이어, 루빈 등 국내외 저명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명실공히 '국제 행사'로 발돋움했다.

특히 작가의 연대기적 작품을 선보여 심도 있는 작품세계를 연출하기 위해 참여 작가의 수를 제한한 것은 흥행에 기름을 부었다.

자연스러운 동선 등 전시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예술성뿐만 아니라 실용성에 중심을 둔 작품들을 선보인 것도 성공 개최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아셈 정상회의 산하기구인 아세프(ASEF)의 장 옌 사무총장, 프랑스 국립세브르 박물관 다비드 카메오 관장, 디자인계의 살아있는 전설 루이지 꼴라니 등 다수 유명인사들이 행사장을 찾아 '원더풀'을 외쳤다.

이들은 옛 연초제조창에 대해 "버려진 공장을 철거하지 않고 문화유산으로 활용해 청주만의 문화 콘텐츠로 만들었다"고 치켜세웠다.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들은 청주와 공예문화를 교류하겠다고 앞다퉈 제안했다.

◇ 시민중심형 행사로 부상하다

조직위는 8회째인 이번 비엔날레에 시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세계 최초 거버넌스형 설치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일명 조각보 프로젝트이다.

폐현수막을 잘라 작은 조각보를 만든 뒤 이를 실로 꿰매 높이 32m, 넒이 100m에 이르는 대형 조각보를 완성하는 작업을 청주·청원 주민 1천여명과 함께한 것이다.

행사장 야외 광장에서 주말마다 '별밤 문화캠프'를 운영, 하룻밤 캠핑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즐기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은 시민도슨트와 자원봉사자를 선발, 이들을 전시장 곳곳에 투입했다. 일부 시민은 외국인 홈스테이에 적극 나섰다.

한글날을 기념해 열린 세계적 디자이너 이상봉씨의 한글 패션쇼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유명 연예인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을 볼 수 있는 '스타크라프트전', 어린이 동반 가족 관람객을 위한 전시연계 교육프로그램, 직접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공예체험교육, 한국 전통공예 작업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체험코너도 성황리에 벌어졌다.

◇ 공예도시되려면 '아트팩토리' 서둘러야

국내외 작가 3천여명이 참여한 역대 최고 수준의 전시라는 호평이 끊이지 않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예비엔날레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15년간 500억원을 들여 8번 행사를 치렀지만 청주가 과연 공예의 도시가 됐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

지역을 국내외에 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청주가 공예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거나 공예문화가 번창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 행사 개최까지의 긴 공백 기간을 뒷받침할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공예작가들이 청주로 몰리고, 공예와 관련된 상품이 지속적으로 생산될 수 있는 '아트팩토리' 실현에 총력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황영호 청주시의원은 "캐나다의 그랜빌 아일랜드는 낡은 공장지대였지만 개조를 통해 개성이 뚜렷한 물건을 파는 공예상점이 들어서면서 관광지로 급부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옛 연초제조창을 지속적인 행사장으로 선정하고, 상시 관람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공백기간에도 공예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시설을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부대행사장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과 주최 측인 청주문화재단 관계자의 성추행 사건은 '옥에 티'였다.

박모(42)씨는 "예전 행사보다 좋아졌지만 아직도 휴게 시설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며 "앞으로 공기 정화 등 쾌적한 관람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