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유월을 향한 자천 교육감 후보군이 꽤나 여럿 입줄에 오르고 있다. 웬만한 행사 장소면 겹치기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후보등록 날짜가 가까와져야 확실하겠지만 지금 상황으론 ‘하고 싶은 사람 수’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다. 일찌감치 발이 부릅트도록 다져온 사람, 학연과 지연에 매달려 아직은 헷갈리는 사람, 기호추첨의 대박을 노리는 사람, 이것저것 뜻대로 안되니 화가 끓어 일 저지르는 사람, 이맘 때면 꼭 출마할 것처럼 습관적으로 특이 행동을 보이는 사람, 이리저리 무게를 저울질하다 결국 무거운 쪽으로 걸칠 사람 등 가지각색이다.

선거란 참으로 묘해서 당선자와 낙선자 모두 망가진 운명쯤 눈 앞에서 뻔히 보이고 있잖은가? 예상 후보의 꽁무니에 매달린 소위 ‘꾼’의 날개짓이 더욱 기막힌다. 당선 후 빨아낼 단물에 재미 들린 속셈, 눈꼴사납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상에는 보통사람에게서 기운 빼는 아이러니컬한 사람과 정말 괜찮은 사람들이 조화되어 다시 기운 차리는 토닥거림을 본다.

인품과 덕망이란 조건

학부모, 교사 등 선택된 숫자의 학교운영위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교육감 선출권이 문제가 많다하여 2006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과 함께 도입된 주민 직선제를 앞다투어 환영했다. 그러나 막상 선거운동은 선거권자나 피선거권자 모두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대대적 홍보도 좀처럼 먹힐 줄 몰랐다. 교육감 선거 전날까지도 교육관계자나 극소수 유권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선택 권리조차 모르고 있음이 첫번 째 당혹을 불러왔다.

어떤이는 왜 교육장도 아닌 교육감 선거에 끼어드느냐며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아마 교장과 교감처럼 공식적인 직위 해석이 헷갈렸기 때문이리라. 선거구도 역시 기존 구태와 차별화는 커녕 후보자들은 정치판 흉내내기에 급급했다. 흠을 들춰내거나 있지도 않은 말을 만든 사례까지 봐왔잖은가? 살인이야 한사람을 죽이지만 험담은 자신과 듣고 있는 사람 그리고 대상자 모두를 죽인다. 그도 그럴 것이 짧은 기간 동안 표심을 읽어내야 하니 어눌한 퍼포먼스지만 연출해 낼 수밖에 다른 묘책이 없잖은가?

해법은 분분하지만 마침내 교육감 선출제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실질적 접근을 기대하고 있다. 딱 맞아 떨어질 묘약의 처방은 참으로 어려우나 큰 가닥은 잡힌다. 후보의 교육경력 부활은 물론, 선거비용이나 주민관심과 대표성 문제, 포퓰리즘 선거와 지자체장과의 갈등을 고려하여 직선제는 살리되 교육자치와 교권확립이 보장된 범위 쪽으로 말이다.

그러나 일부에서 교육자치를 영원히 가릴 정당공천제나 시도지사와의 러닝메이트가 심심찮게 어필되고 있음은 탁상공론의 전형으로 매우 위험천만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백년지 대계’란 전제처럼, 긴 기다림으로 그려가야 할 교육 아니던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에 묻은 때에 시비를 건다.’는 원로 교육자의 특강 중 한 대목이 떠오른다. 물론, 긍정적 엑기스만 빼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리 새롭고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제도나 법이라 해도 교육이란 대전제를 외면할 때는 원천적 영향력을 잃고 만다.

교육문제는 가르침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이 살아야 나라의 미래가 보인다. 교육 발전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내용의 변화이기에 성장 동력 역시 교육 리더십을 강조하지 않던가. 교육감이야말로 시도교육의 최고 책임자다. 진짜 중요한 건 후보자 자신 먼저 다듬기다. 인품과 덕망 앞에 저절로 머리 숙여지는 사람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