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어사전은 꼴불견을 ‘하는 짓이나 겉모습이 우습고 거슬려 차마 볼 수 없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서울 정치권은 물론 지역에서 권력(힘)을 좀 가졌거나 권력층 편에 속해 있는 공직계 수장들이 마치 여우가 호랑이처럼 설쳐대고 있는 ‘자리 우선 작태’가 바로 꼴불견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점입가경인 충북 정치권의 꼴불견 행태를 보자. 그 선두 현상은, 지체가 높거나 권세가 있는 사람을 높여 부르는 ‘나리’들의 ‘자리 순서 겨루기’ 다툼이다. 각 공직계의 수장들(그 중에서도 특히 주민직선 기관장)이나 그 부하들이 공식 행사장에서 좌석배치나 축사. 격려사 등의 발언 순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사례가 간단없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충북 도지사-도의회 의장-충북 교육감 등 세 기관장 중 도의회 의장과 도교육감 간에 벌어지고 있는 의전 우선순위 다툼은 도민의 입장에서 볼 때 ‘치기어린 기(氣)싸움’으로 꾸짖음을 받아야 할 행태라고 하겠다. 충북도와 도의회 측은 중앙정부의 의전 순서 예에 따라 지역 공직 서열도 도지사-도의회 의장-교육감 순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고, 충북 교육청은 중요 교육관련 행사에서는 교육감이 도의회 의장 보다 앞선 의전 대우를 받는 경우도 있어야 한다는 논지를 펴고 있어 양측 간에 충돌이 빚어지고 있지만 이제는 양 측이 한 발 물러서 성찰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의전 순은 대통령 다음으로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순이다. 따라서 충북도와 도의회가 도지사 다음으로 도의회 의장이 자리매김해야 하고 또 다른 시도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며 충북 도교육청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는 것은 전혀 그르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중앙정부에서는 국민 직선 수장인 대통령 외에 국민이 선출한 기관의 장은 국회의 장(長)뿐이다. 따라서 국회의장이 대법원장 등 다른 기관장 보다 우선순위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충북을 비롯한 각 시도의 경우 관내 전체 주민의 직접 투표로 자리에 오른 기관장은 도지사 외에도 교육감이 존재한다. 이 점이 중앙과 달라 교육감과 도의회 의장 간에 미묘한 자리 순서 신경전이 벌어질 소지가 안고 있다 하겠다.

충북 공직수장(首長)들, 상호 배려정신 발휘해야

지역에서 도지사를 교육감보다 앞세우고 있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는 것은 도지사가 충북의 종합행정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이점 도교육청 등 교육계에서도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도내 교육계는 도의회 의장과의 관계에서는 할 말이 없지 않은 듯하다. 일반적으로 충북 도민의 대변기관인 도의회 의장의 차(次)순위 의전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교육관련 중요 행사에서 만큼은 도민 직선으로 뽑혀 ‘충북 교육도지사’격이 된 도교육감에게 차순위를 배려해 달라는 것이 무엇이 그렇게 잘못된 일이냐는 것이다. 충북도와 도의회 측의 옹졸함을 성토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시·군의 각종 행사에서도 시장군수와 다른 기관장 간의 의전문제로 말썽이 벌어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전직 모 시장은 현직 때 어느 행사장에 갔다가 좌석배치가 맘에 들지 않자 자리를 박차고 나온 사례도 없지 않다. 이처럼 기관장 간에 의전서열 문제로 말썽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의전서열을 누가 더 높은가로만 생각하는 ‘권력서열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데서 빚어지는 현상으로 보여진다. 참석자들의 상호친교 등을 위해 지위에 상응하는 예우를 하고 있는 의전면의 또 다른 뜻은 망각한 채 나리들이 ‘권세기(氣)싸움’을 벌이는데 함몰돼 있는 것 같아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다른 시·도에서도 의전서열 분쟁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충북에서는, 특히 충북도·도의회·도교육청 간에는 상호 배려정신을 발휘, 이제 의전 다툼 잡음을 불식시켜야 한다. 도민들 보기에 창피하지도 않는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충북도와 도의회 측이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 새누리당의 잠재적 충북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기용 교육감을 정치적으로 견제하고 있는 듯한 모습도 옹졸하게 보이고, 충북도와 도의회를 상대로 일부 행사의 경우 의전서열 변경을 요구하는 도교육청 측도 정도가 지나치면 스스로를 초라하게 한다는 점을 지실(知悉)해야 한다. 어떤 높은 자리도 한순간에 지나쳐 가는 관직역(官職驛)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