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삐걱’ /마중물 한 바가지 붓고 /펌프 물 퍼 올리던 날 /동네 사람 모두 모여 웃음도 펑펑 /차례로 줄 지어 한 모금 씩 마시곤 /‘아이고 좋아라’ 하늘 보았다 /병아리도 ‘쪼르르’ 따라하지 말라며 ‘삐약삐약’ 물 한모금 쪼은다./ 필자의 동시 ‘물 맛’ 전문이다.

2013년은 UN이 정한 ‘세계 물 협력의 해’다. 물자원의 합리적 이용과 관리야 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올 여름나기가 유난히 힘들었다. 극심한 더위와 가뭄까지 겹친 남부지방의 경우 밭작물이 마르고 먹을 물 마저 끊기는 바람에 기본적인 생활부터 큰 곤란을 겪었다. 20세기가 석유전쟁 시대였다면 앞으론 물 전쟁으로 돌입할 것이란 예상이다. 생명체 유지를 위해 자연은 물을 원한다. 적은 수자원이지만 필요할 때 대체로 불편을 겪지 않는다. 맑은 도랑이나 냇물이 흐르면 강에도 물고기가 유유하고 식수 또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평소 물을 아껴 쓰는 습관은 물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에 미리 대비하는 슬기로운 생활이다.

◇근본 대책이 아쉽다

물감을 푼 듯 유독 녹조가 심해 4대강 사업도 혹독한 구설에서 헤맨다. 근본적 대책은 실종된 채 책임공방이 되레 녹색보다 더 짙다. 어렷을 적 수동펌프가 처음 땅을 뚫어 지하 수십미터에서 물을 뽑아낸 시절 우리는 정말 물 좋은 나라에 살고 있었다. 고향 집 앞쪽을 흐르는 도랑은 울 엄마와 이웃 아주머니가 먹거리를 씻던 이야기터였다.

최근 국회는 돌연 상수도요금이 낮아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이 높으므로 물값을 적정하게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다. 건강관련 개인위생, 빨래, 음식을 생각해 보았는가? 신체나 음식 모두 자주 씻고 깨끗해야 건강한 삶이 유지되는 것 아닐까? 상수도 요금을 올리면 그릇 한 번 덜 헹굴 수 있다. 지저분하면 각종질병과 오염에 쉽게 노출돼 따져보면 몇 배의 손해인 걸 뻔히 알면서 보건복지부는 아무런 대꾸가 없다.

‘물 쓰듯’은 흔히 별 생각 않고 흥청망청 낭비하는 걸 비유한다. 전기나 석유, 가스 등은 유독 절약이 몸에 배 있으면서 물만큼은 헤프게 써온 게 사실이다. 툭하면 상수도관이 터져 물바다를 만들고 시멘트나 보도블럭에 덮혀 밟을 땅 찾기 어렵다. 도무지 빗물조차 스며들 틈이 없다. 일본은 큰 재앙의 폐허 더미 속에서 치밀하게 챙긴 대응이 무섭다는 표현으론 너무 약하다. 원전사고로 이어졌을 때 지하수 오염 등 식수원을 그대로 지켰다니 신기할 정도다. 작은 일에 대성통곡하고 북새통 놓은 낯익은 우리 모습과 비교하면 타산지석 아닌가?

그동안 도시화로 인해 빗물을 저장할 산지가 많이 파괴됐고 댐과 제방도로 포장, 환경오염 물질 배출 등에 의한 수질 악화를 가속시켰다. 게다가 수도꼭지만 틀면 줄줄 나오니까 아쉬울게 없다. 적은 수자원이지만 필요할 때 누구 한사람 물 때문에 불편을 겪지 않는다. 가뭄이 닥쳐도 아직까지 별 걱정 없다. 도랑이나 냇물이 제대로 흘러내리면 자연스럽게 강에도 물고기가 유유하고 식수 또한 저절로 풀리게 된다. ‘깊은 우물은 가뭄을 타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기초가 단단하면 아무리 불리한 조건도 극복할 수 있다. 발 빠른 연구와 노력없이 어떤 방법으로도 물을 대체하기란 어렵다. 물 대란이야 말로 전력보다 훨씬 난감하다. 물값 올리는 졸속대책으로 먹혀들리 만무함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