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 한국을 방문했던 ‘25시’의 작가 게오르규(c.v. Cheorghiu)는 세계 어디에서도 한국에서처럼 노인이 존경받는 곳이 없으며, 한국의 노인공경은 세계 문명국들의 모범이 된다고 우리의 노인공경문화를 극찬했었다.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한마디로, 노인공경문화의 실종이 가속화 하고 있는 가운데 노인을 우롱하고 노인을 핫바지로 취급하면서 노인 상대 사기행태가 만연하고 있다.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수명이 연장,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노인들의 가정·사회에서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노인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부양의 대상이 되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추락하고 있다.

통계청이 이번 노인의 날(10월2일) 앞두고 지난 달 30일 발표한 ‘2013년 고령자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체 인구의 12.2%인 613만 7702명에 달하고 있다.이는 우리나라 전체가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수가 전체인구의 7% 이상 차지))를 지나 고령사회(14% 이상))의 문전에 도달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고령자 증가 점유율은 2020년 15.7%, 2026년 20.8%(초고령 사회)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노인들의 생활상은 어떤가. 자녀들 키우느라 자신들의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했던 노인들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노인 평균 빈곤율이 13.5%인데 비해 한국 노인들의 빈곤율은 그 3배인 45.1%나 된다. 나라의 경제수준에 비해 한국 노인들의 경제적 삶은 형편없는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이 정한 ‘세계노인의 날(10월1일)’을 맞아 유엔인구기금(UNFPA)과 국제 노인인권단체‘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등이 세계 91개국의 노인복지수준을 수치화 해 발표한 ‘글로벌에이지워치 지수 201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 지수에 겨우39.9(67위)로 낙제수준이었다. 이런 우리나라 노인복지 수준은 남아프리카공화국(65위·41.0)과 우크라이나(66위· 40.2)에도 못 미친 것이다.

특히 연금과 노년 빈곤율 등을 반영한 소득 분야 지수는 8.7로 90위에 머물러 91위의 아프가니스탄과 함께 꼴찌수준을 기록했다. 국민연금이 비교적 늦게 도입되는 등의 이유로 한국의 노인층 빈곤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당국자는 해명하고 있지만 우리 노인들의 체감 빈곤상은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로 인해 노인 자살자와 고독사가 급증하고 가정 내외에서 학대 받는 노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노인을 천대하면 너희도 천대 받는다

늙기도 서러운데 경제적 빈곤과 병고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들을 상대로 온갖 사기 행태가 횡행하고 있다. 공짜 효도관광을 시켜준다는 업자의 꾀임에 넘어가 관광버스에 올랐다가 고가의 물품을 억지로 사 자식들과 불화를 빚는 등 곤란에 빠진 노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상식이 없는 고령의 노인이 실적을 올리려는 금융기관 창구직원의 권유로 펀드나 주가 연계 상품 등에 투자했다가 원금을 날리는 피해 사례도 결과적으로 노인층이 겪고 있는 사기피해나 다름없다.

그런데 어찌 그뿐이겠는가. 정치권도 노인표(票)를 대상으로 사기성 ‘공약(公約)파기’를 얼굴 두껍게 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노인들이 먼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도 “모든 노인에게 매월(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 한다”는 박근혜 대선후보의 공약을 철석같이 믿고 표를 주었던 노인들은 “어르신들 모두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에 죄송한 마음”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접하고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부질없는 소리지만 지지했던 표를 반환하라는 노년층의 분노한 목소리도 없지 않다.(물론 박 대통령의 입장을 이해 한다는 노년층도 존재한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그리고 노인을 천대하면 결국 너희들도 천대 받게 된다는 천리를 알아야 한다. 말로는 ‘어르신’이라며 위하는 척 하면서 실제 실행정책에서는 노인들을 ‘핫바지’로 취급하는 정치행태는 한국 정치판에서 추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인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어른다운 단호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