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주례를 신랑의 조부가 하는 ‘아름다운 결혼식’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5일 낮12시 청원군 강내면 학천리 더빙홀에서 차창규군과 이소래양의 결혼식이 있었다. 보통 결혼식 주례하면 신랑이나 신부 중에서 존경하는 스승이나 저명 인사를 초빙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날 할아버지가 손자의 주례를 맡아 하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날 결혼하는 신랑 차창균군은 부친이 차원회씨(57·평곡건업 대표)로 아버지 회사 사원이고 주례는 할아버지 차주원씨(85·평곡산업 회장)로 3대가 석재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신부 이소래양은 용인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특히 가업을 아들에 이어 손자까지 잇는 상황에서 주례를 맡은 할아버지의 감회는 남다를 것이다. 손자와 아들, 소통이 잘 되는 화목한 가정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주례는 신랑 창규군이 할아버지를 추천해 신부측에서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당시 할아버지는 주례 권유를 받자 처음에는 망설이었지만, 손자의 간곡한 청을 뿌리치지 못해 받아들인 것이다.

이날 주례는 혼인 서약식을 마치고 이어 주례사가 시작됐다. 주례사이기보다는 할아버지가 손자, 손자며느리에게 ‘당부하는 말’이 편안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보통 길고 지루해 귓등으로 흘리기 쉬운 주례사이지만 이날 주례사는 유독 귀에 들어왔다.

결혼식 하객들은 이구동성으로 “할아버지가 손자 주례를 보는 모습이 보기 좋다. 손자에게 무슨 당부의 말을 하는지 들어보자”며 주례사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경청하는 분위기였다.

주례사에 앞서 할아버지는 “손자 차창규군은 항상 부인을 사랑하고 평생 아껴주고 매사 상의하고 건강을 지켜주는 남편이 되어라. 손부 이소래 양은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한평생 행복하게 살라”고 당부했다.

주례사의 핵심은 ‘사랑’ ‘좋은 생각과 아름다운 말’ ‘효도’ ‘건강’이었다. “살아가며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이 생기기도 하고 불화가 생기더라도 사랑으로 극복해달라. 생활하다 보면 마음이 가장 중요한 만큼, 좋은 생각만 갖고 생활하라. 거칠고 험한 말 보다는 아름다운 말을 하라. 술은 적당히 먹되 담배는 금연하라. 항상 근검절약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라. 마지막으로 이제 평균 연령이 늘어난 만큼 105세까지 살아라"하는 덕담까지 전하며 주례사를 마쳤다.

팔순이 넘은 고령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힘은 없었지만, 내용면에서 명사 주례보다 손색이 없었다. 이날 결혼식은 호텔 등 화려하고 거창한 결혼식보다 알차고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조촐하게 치러졌다. 주례를 본 할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손자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가족 간 대화 단절, 불통 등으로 갈수록 삭막해져 가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에 손자와 소통하는 할아버지가 얼마나 될까. 할아버지란 ‘가족’이란 개념에서 갈수록 멀어지고 있는 게 요즘 세태다.

주례 차주원씨, 평생 나눔 베품 실천한 '기부천사'

이날 주례를 본 차주원씨는 충북도의회의장, 충북적십자사 회장 등을 지낸 원로로, 평생을 ‘나눔과 베품’을 실천해오고 있는 ‘기부천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부전자전이라고 할까. 어릴 때부터 부친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아들 원회씨도 적십자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소외된 이웃돕기에 솔선해오고 있다.
할아버지가 주례를 서는 가정은 가족 간의 소통과 효도 등에 이상이 없을 것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 흐뭇한 결혼식에 참석 한 하객들도 덕담과 함께 모두가 밝은 표정으로 결혼식을 축하했다. 조부, 부친의 영향을 받아 새 출발하는 신랑 창규군도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면 사회 환원에 앞장 설 것이다. 그래서 자식은 부모 그림자를 밟고 성장한다고 하지 않던가. 이날 결혼한 신랑, 신부에게 축하와 함께 행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