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새벽같이 나서서 동네 아주머니들의 등산모임까지 배웅하는 부지런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인지도가 비교적 낮다고 평가되는 출마자일수록 구석구석을 챙기는 몸놀림이 더욱 재다. 특히 통합 청주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이승훈 새누리당 청원 당협위원장의 종횡무진한 행보는 어지러울 정도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얼굴을 내미는 통에 하루에도 몇 번씩 인사를 받게 되는 쑥스러운 상황이 벌어지는지라, 두 번 이상 부딪칠 땐 슬그머니 외면을 하게 된다는 말도 들었다.

새로이 얼굴을 내민 출마자보다는 다소 여유가 있다지만 선거에 경험이 있는 출마자들의 마음 역시 바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중 나란히 출마 의사를 밝힌 한대수, 남상우, 두 전임 청주시장의 달라도 너무 다른 스타일이 흥미롭다.

도지사 출마를 생각하고 있는 한대수 전 시장은 풍부한 행정경험과 당내 인지도 등을 조용히 홍보하며 조직을 다지고 있다. 의지와는 달리 튀거나 소란스럽지 않은 움직임이 온건한 신사의 이미지 그대로다.

남상우 전 시장의 돌발적 행보는 전 출마자를 합친 것보다 에너지가 강하다. 보통 때는 생각이 나지 않다가 눈만 오면 그리워지는 '제설의 전설'이 그의 별명이다. 직접 눈 치우는 시장으로 유명했던 그의 무대뽀 정신은 통합 청주시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는 과정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하필이면 현 시장이 준비한 공예비엔날레 개막식에 참가하여 출마를 선언한 그의 행태는 논란거리로 부족함이 없었다. 기껏 차린 밥상을 경쟁자에게 빼앗긴 꼴이 된 한범덕 시장의 뒤집힌 속내가 다시 제자리를 찾으려면 한참의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정치꾼들은 놀음판보다 더럽고 치열하다는 선거판에선 언제나 강하고 틀린 것이 약하고 옳은 것을 이긴다는 주장을 한다. 모질지 못한데다 설상가상 명분을 앞세우며 ‘누가 내 등을 밀어다오’ 주저하는 성품이라면 게임판 말석에도 못 낄 하수이며, 체면을 차리며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은 아예 정치판 근처를 얼쩡거리지도 말라는 충고지 싶다.

숭어가 뛰니 망둥이가 따라 뛰네

몇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레 차기 선거 출마자들에 대한 평가를 듣게 된다. 딱 부러진 의견을 내놓지 않는 것을 배려라 여기는 충청도 기질 상 누가 최적임자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어렵지만 “그 양반 왜 나온댜. 심란허네” 정도의 평을 받는 인사가 과반수를 넘는 상황이다.

그러나 모든 출마자가 자신이 최적임자이며 꼭 당선될 것이란 확신에 차 있다. 아무리 뛰어난 역술가라도 자신의 운명은 제대로 풀어낼 수 없다고 한다. 좋은 쪽으로만 믿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내년 선거까지 몇 개월간 숭어를 따라 뛰는 망둥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