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시장·군수협의회는 직위해제 기간이 6개월을 넘긴 공무원에 대해 지방공무원 보수규정을 개정해 봉급을 지급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정부에 공식 건의키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건의는 비위·비리 등으로 구속된 공무원이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면서도 봉급을 받는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최근 단양군청에서 열린 충북시장·군수협의회 정례회의에서 정상혁 보은군수는 “유죄가 확실해 당연히 퇴직이 예상되는데도 항소와 상고를 남발하는 방법으로 길게는 2~3년 동안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봉급을 받은 사례가 있다”며 “특히 구속되면 근무를 못 하지만 공무원 현원은 유지되기 때문에 인력관리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건설업체에서 5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기소된 충주시청 공무원 A 씨는 지난 13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A 씨는 구속 수감된 직후인 지난 4월 18일 직위해제가 결정됐지만 법적으론 공무원 신분을 유지해 봉급을 받고 있다. 충주시는 “무죄 선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대법원의 확정 판결 후 파면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제천시는 지난해 12월 7일 공금 2억 3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공무원 B 씨를 파면했다. B 씨는 그해 6월 구속 기소돼 11월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으나 항소하지 않았다.

B 씨의 항소 포기로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제천시 역시 확정판결 때까지 파면 처분을 미뤘을 가능성이 크다. B 씨는 구속 상태였으나 지방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라 6개월여 동안 봉급을 받을 수 있었다.

현행 지방공무원 보수 규정은 직위해제 3개월까지는 봉급의 80%, 3개월 이후에는 봉급의 50%를 지급토록 하고 있다. 구속 여부와는 상관없이 공무원 신분이 유지되고 시·군 공무원 정원(현원)에도 포함된다.

이 때문에 형사사건 등에 연루돼 직위해제된 공무원 처우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업무가 없는 공무원, 감옥에 있는 공무원이 봉급을 받고 정원을 차지하는 현행 지방공무원 인사·보수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직위해제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에게 업무를 못 하게 하는 인사 조치다. 징계 효과는 있지만 정식 징계는 아니다. 형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파면 등의 징계를 할 수 있으나 법원 판결을 지켜본 뒤 징계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군의 한 인사담당자는 “징계가 늦어지면서 직위해제 공무원 업무를 떠안아야 하는 동료 공무원들의 부담이 크다”면서 “불구속이라면 몰라도 구속된 경우라면 효율적 인력관리를 위해 징계를 서두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판에 넘겨진 직위해제 공무원에게도 봉급을 지급하는 제도적 맹점을 악용해 재판을 끄는 경우가 있는데, 보수지급 기간을 제한하면 그런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