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브레지어 역사는 로마, 그리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귀족들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 고안했다는 설도 있고 작은 가슴을 만들기 위해 졸라매는 도구로 제작되었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던 것이 1천수백년 뒤인 16세기 유럽에서는 브레지어 해방을 위한 우먼파워가 거세어진다.

16세기 프랑스 마가렛 공주는 프리우먼이었다. 앞가슴을 훤히 드러낸 파격 드레스를 입었는가하면 유두 주위를 아름답게 페인팅하고 다녔다. 당시 마가렛 공주의 과감한 가슴 패션은 전 유럽을 강타했다. 런던 뿐 아니라 지중해 남부 이탈리아의 여인들 까지 열광시켰다.

이 시기 러시아는 한수 더 떴다. 표트르 대제는 파리를 순방하고 돌아와 파티가 있는 날엔 강제로 귀부인들에게 가슴이 깊게 파인 옷을 입도록 하고 지키지 않으면 벌금까지 부과했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근세까지 정반대의 풍속이 있었다. 유럽과는 달리 특권층 여성들만 가슴을 가릴 수 있는 권리가 부여 되었다. 반면에 평민 여성들은 가슴은 물론 배꼽과 허리를 전부 드러내고 다녔다. 19세기 기독교 선교사들이 인도 땅을 밟은 이후 블라우스가 입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시대 조선유교사회는 어땠을까. 양반 여인들은 장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가슴은 꽁꽁 싸매 노출을 금기시 했다. 가슴을 정절의 상징으로 여겼던 것이다.

임진전쟁 때 일본군이 북상하면서 보은 종곡에 들이닥쳤다. 이때 산으로 도망을 하던 양반가 김씨는 일본군을 만나게 된다. 일본군은 김씨를 보자 겁탈하려고 달려들었다. 가슴을 만지고 탐욕을 채우려 했다. 그때 김씨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은장도를 꺼내어 자신의 가슴을 도려내고 현장에서 자결한다. 가슴이 만져진 것을 훼절(毁節)이라고 생각한 조선 사녀의 극단적 저항이었다.

그런데 평소 가슴을 압박한 이유가 산모의 병약(病弱)이나 젖이 모자란 이유는 아니었을까. 왕실의 부녀자나 사녀(士女)들은 유모를 들여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경우가 많았다. 옥천이 고향인 우암 송시열선생의 부친 송갑조(宋甲祚)는 어렸을 때 생모가 허약하여 마침 아이를 출산한 노비 헌비의 젖을 먹고 자랐다. 폭군 연산군도 유아시절 어머니 윤씨의 젖을 먹지 못하고 유모의 품에서 키워진다.

그러나 일반 백성들은 양반집 여인들과는 달랐다. 아들을 낳으면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다니는 과시가 통용됐다. 젊은 새댁들도 ‘나는 아들을 낳은 여자’라는 자랑으로 유방을 노출하고 다녔으며 저자거리 어디서나 아이에게 젖을 물려도 흠이 되지 않았다.
조선후기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이 그린 ‘단오풍정’을 보면 조선 상민 여인들의 자유로운 가슴노출 모습을 잘 읽을 수 있다. 이 그림은 기생들로 보이는 젊은 여인들이 그네를 타거나 냇가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정경을 그린 것. 채반 같은 것을 인 여인도 등장하는 데 가슴을 드러낸 채 당당히 걷고 있다.

기모노를 입고 살아온 일본 여인들은 또 어땠을까. 기모노는 혼자 입기 어려울 정도로 입는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다. 작은 가슴이 만들어진 것은 일본여인들은 기모노에 가슴을 숨기고 천수백년을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소설 ‘게이샤의 추억’을 쓴 아서골든도 “기모노는 가슴을 압박하기 위한 특수한 브래지어였다”라고 일본 여인들의 가슴 질곡을 비판했다.

그런데 얼마 전 일본에서 돈을 기부하면 연예인의 가슴을 만질 수 있는 이색 모금행사가 열렸다. 성인방송 모TV가 최근 '스톱 에이즈'라는 모금행사를 열었는데 아무나 1천엔을 기부하면 현장에서 여배우들의 풍만한 가슴을 직접 만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현대 일본 여성들의 가슴관이 가장 전위적이 아닐까. 만천하에 드러내고 다녔던 중세 프랑스의 프리우먼시대를 앞지른다.

아직은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이벤트지만 동서고금 여성들의 가슴노출 역사와 가치관이 변화무쌍하여 반추해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