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신설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의 세종특별자치시 이전 문제를 두고 새누리당 내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상임위원회 차원의 당정협의에서는 세종시 이전에 공감대를 이뤘지만 당 정책위원회가 즉각 “결정된 바 없다”고 번복하고 나섰다.

국회 안전행정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과 안전행정부는 12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두 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현재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미래부를 세종청사로 옮기고, 임시로 세종청사에 있는 해수부도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당정협의 직후 안행위 여당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세종시 이전에 대해 원칙적으로 의견을 모았다. 올해 안에 (관보 고시까지) 마무리짓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나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정뿐 아니라 종합적인 의견 수렴이 필요해 공청회를 거쳐 대통령 승인과 관보 고시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 정책위는 2시간 뒤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고 “새누리당은 해수부와 미래부의 세종시 배치를 전혀 확정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직 확정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사실상 당정협의 결과를 번복한 것이다.
한 최고위원은 “(이렇게 중대한 문제를) 당 최고위원회와 상의도 하지 않고 발표했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 같은 혼선은 부산 지역 민심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해수부의 부산 유치를 기대하던 부산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산 지역 의원들은 당장 ‘세종시 이전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태경 의원(해운대·기장을)은 논평에서 “해수부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정부 결정을 반드시 철회하고 부산을 동북아 해양수도로 만들겠다는 비전에 대한 구체적 프로그램부터 제시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