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권의 조각이나 개각 시 충북인들, 그 중에서도 특히 관가나 지역 정치권 인사들은 충북 출신인사들의 기용을 목 빠지게 기대하다가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충북푸대접 타령’을 일상처럼 되풀이 한다. 한 마디로 신망 받는 지역 출신 인재를 키울 줄 모르면서 ‘중용열매’ 만을 바라는 불로소득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은 충북지사를 역임한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이원종 위원장도 지난 달 16일 7년 만에 충북도청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공감하는 심정을 피력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2002년 오송바이오엑스포를 치를 때 보다 충북의 힘이 놀랍게 커졌다”고 기뻐하면서도 “아쉬운 것은 충북에 전국구 인물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그 일예로 “중앙에 진출한 인물 중에 충북 출신자가 적다는 것이 아쉽다”며 “ 좋은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 위원장의 ‘충북 전국구 인물 부재’ 의견은 중앙정부 각 부처는 물론 중앙 정치권에서도 전국적으로 신망 받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북 출신 인물이 거의 없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긴 나머지 ‘인물을 키우자’는 호소를 하기 위해 나온 말이라고 여겨진다.

충북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멀리는 통일신라시대의 주역 김유신 장군(진천), 삼국시대의 악성(樂聖) 우륵(충주),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 권상하(제천)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리고 근세에는 독립운동가 신규식(청주), 손병희(청원), 의병장 한봉수(청원) 등 수많은 인걸(人傑)이 배출됐다. 그러나 현재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음성) 등을 제외하고 국민들이 추앙할 충북출신 인물이 드물다. 특히 현 공직계와 정치권에서는 도량이 협소한 ‘좁쌀인물’이나 서로 찌르는 ‘고슴도치인물’이 홍수를 이룰 뿐 ‘대어(大魚)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왜 그럴까. 충북이 최근 이 위원장 말대로 ‘전국구 인물’ 불모지로 전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충북의 ‘척박한 인재 키우기 풍토’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상부상조하며 경륜을 키우면서 큰 나무로 자라야 할 인사들이 당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을 넘볼 수 있는 미래의 경쟁자라는 이유 등으로 서로 상처를 입히고 끌어내리는 작태가 횡행하고 있으니 어찌 거목(巨木)이 지역에서 자랄 수 있겠는가.

충북의 백년대계는 인재 양성에 달렸다

그런 사례는 지역에서 한두 가지가 아니다. 소속정당이 같고, 한 때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한통속이던 선후배 정치인들이 어떤 계기로 한 순간 원수지간이 되어 자라나던 ‘정치 싹’이 무참하게 잘려나간 사례가 있었다. 가능성 있는 동향(同鄕) 출신들이 지자체장직이나 금배지를 놓고 서로 견제하며 권력의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거나 피투성이의 정치적 사법적 쟁투를 벌이기 일쑤이다.

그런가 하면, 좀 더 큰 인물이 됐으면 싶을 고위직 인사들마저 권력의 아첨꾼이나 심부름꾼 노릇을 하다 ‘망신의 늪’으로 빠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 길로 갔으면 추앙받을 인사가 권력의 단 꿀을 찾아 이 길 저 길로 왔다 갔다 하다 중도소도 안 되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고, 지역의 내로라하는 정치적 거간꾼들은 줄서기에 이골이 난 모습이다. 이게 부인 못할 우리의 현실이니 어찌하랴.

충북도민들은 올곧고 소신이 분명한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손해를 보면서도 지역과 나라의 대의(大義)를 위해서는 자신이 희생할 줄 아는 인물을 양성해야 한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당파적 이해관계를 초월, 단합과 화평을 위해 진력하는 일꾼을 지지해야 한다. 우물 안에서 서로 잘났다고 싸움질이나 하는 소인배 등을 길러내서는 안 된다. 충북도민들은 이 지역의 백년대계가 인재양성에 있음을 명심, 모두가 ‘사람 가꾸는 농심’으로 사람을 키워간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