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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를 탄 애완견
류경희 편집국장  |  queenkyungh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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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1.10  14: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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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경희 편집국장
별 볼일 없는 사람은 개에게도 밀리는 게 요즘 세태다. 그래서 거추장스러운 물건을 미련 없이 치우려 할 때 쓰는 ‘개에게나 줘버리라’는 식의 표현도 큰 실례가 되게 생겼다.

이미 반려동물로 위상이 확고해진 잘난 개 앞에서는 견격(犬格)과 견권(犬權)을 거스를까 발소리, 숨소리조차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편안히 명상을 즐기시는 고귀한 개님의 심기를 행여 거슬릴까 싶어서다.

아들네 집에 다니러 온 할머니가 안방에서 새어 나오는 아들내외의 정담을 듣게 됐다. “자기야, 자기는 세상에서 누가 젤 소중해?” 며느리의 아양에 말랑해진 아들이 대답했다. “물론 자기가 1번이지~” “그럼 2번은?” “다음은 우리 딸이지~” 뜻하지 않게 아들내외 대화를 엿듣게 된 어머니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마누라하고 새끼밖에 모르는 못난 놈, 그래 나는 겨우 3번이란 말이냐?’

며느리의 콧소리가 이어졌다. “그럼 3번은 누구야?” “그야 우리 귀염둥이 해피지~” 애완견을 3위에 올려놓은 아들은 살림을 도와주는 고마운 장모님을 4위로 꼽았다. 이놈에게 채이고 저 놈에게 빼앗겨 5위로 순번이 정해진 할머니가 아침에 집을 나서며 며느리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제목은 5번이 1번에게다. “1번아. 5번은 경로당에 다녀오마"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야 할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웃는다. 그것도 박장대소다. 이야기를 받은 이가 가정의 달 어느 동네 어귀에 ‘개를 사랑하듯 부모님을 사랑합시다’란 현수막이 걸렸더라고 했다. 이번에도 낯빛을 바꾸는 사람이 없었다.

최근 함평에서 열린 국향대전에서 대여한 유모차에 버젓이 개를 태우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팔 개월이 된 아들을 데리고 국화축제를 찾은 젊은 부부는 자신의 아이가 타고 있는 유모차에도 혹시 개가 앉아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어 경기가 일어날 지경이었다.

못 볼꼴을 본 그들은 포털 사이트 토론장에 네티즌들의 의견을 묻는 글을 올렸다. ‘제가 애완견을 키우지 않아서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요?’란 질문에 댓글 몇 백 개가 줄줄이 이어졌다.

개념 없는 개주인 성토가 대부분이었지만 자식으로 생각하고 키우는 개가 힘들면 유모차에 태울 수 있지 않느냐는 애견인의 호소도 섞여 있었다. “‘자존심과 생각이 있는 소중한 가족인데 아무런 해가 없는 개털 좀 날린다고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물론 눈물겨운 개사랑은 눈물이 속 빠지게 개욕을 들어야 했다. 개가 사람이 타는 유모차에 올라앉은 것은 개 스스로 결정한 의지가 아니지만, 저를 아기라 부르며 옹야옹야하는 아비 어미 탓에 제가 정말 사람인 줄 아는 개가 있을까 걱정이다.

일찍이 공자가 설파한 극기복례(克己復禮)는 하극상(下剋上)에 대한 일침이었다. 제 위치를 망각하고 질서를 뒤집어 지위를 넘보는 어지러운 상황을 걱정하며 “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라는 정명(正名)을 주장했다. 역할의 뜻과 실제가 같도록 바로잡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제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하극상을 모자란 아래 것들만의 잘못이라 나무랄 수 있겠는가. 질서를 다스리지 못한 윗사람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해진 각자의 위치를 바르게 지켜야 한다는 공자의 걱정은 현재의 상황에도 어긋남 없이 맞아 떨어진다.

이참에 정명론의 꼬리를 길게 늘여야 할까보다. ‘사람은 사람답고 개는 개다워야 한다.’ 정말로 붙이고 싶은 말은 지금 부터다. ‘정치인은 정치인답고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다우며 연예인은 연예인답고 언론은 언론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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