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세상에서 세금에 환호하며 반길 위인은 없다. 세계적인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소득세”라고 불만을 토로 할 정도였으니까. 올해 초 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드빠르디유가 세금부과에 불만을 품고 러시아로 귀화했다. 또 세계적인 명품그룹 루이뷔똥 베르나르 아르노도 회장도 벨기에 국적을 신청, 세상을 놀라게 했다. 평생 살아온 조국 프랑스를 등졌으니 얼마나 세금을 증오한 것일까.

과거 봉건 유럽에서는 특별한 세금이 국민들을 괴롭혔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가장이 죽으면 가축과 옷을 성주에게 갖다 바쳤으며 상속재산의 3분의1을 빼앗았다. 또 처녀가 시집가거나 과부가 재혼할 때엔 '결혼세'를, 행실이 좋지 않은 처녀 부모에게는 '뒤처리세'라는 것을 물렸다. 여자가 다른 남자와 간통을 하면 남편에게 '멍청이세'를 징수했다는 코믹한 일화가 전한다. 신부들은 첫날밤 신랑보다는 성주에게 먼저 몸을 바치는 처녀면제세(?)라는 기속도 있었다.

‘세금은 당연한 것이고 납세자인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하는 미국인들도 속내는 다르다. 유명한 배우이자 LA지사를 지낸 아놀드슈왈제네거도 기자회견장에서 “나는 보수주의 성향이어서 가장 끔찍하게 싫어하는 것이 바로 세금 인상”이라고 열 딱지를 드러낸 적이 있었다.

1988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조지 부시는 다음과 같은 연설로 상대 후보를 압도한다. “세금은 당연한 것입니다. 내 입술을 보세요. 더 이상 새로운 세금은 없습니다.” 그러나 부시는 재임 기간 중 재정적자 때문에 세금을 인상하여 재선에서는 낙선의 고배를 마신다.

대처 수상 시절 영국 런던에서 심각한 폭동이 발생했다. 원인은 새로운 조세개혁안을 발표했는데 부자나 가난한 자 모두에게 중간 수준의 재산세를 동일하게 부과하는 내용이었다. 이 법안이 발표되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으며 대처는 물러나고 끝내 법안은 폐기되었다.

동양의 고사성어에 ‘가렴주구(苛斂誅求)라는 말이 있다. ‘세금을 가혹하게 거둬들이고 무리하게 재물을 빼앗다’라는 뜻이다. 다산 정약용'의 시 '탐진촌요'를 읽어 보자. 조선후기 세금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한을 담은 것이다.

새로 짜낸 무명이 눈결같이 고왔는데 /이방 줄 돈이라고 황두가 뺏어 가네 /누전 세금 독촉이 성화같이 급 하구나 /삼월 중순 세곡선이 서울로 떠난다고...(후략)

조선 영조 때 실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도 가렴주구로 어려운 삶을 사는 백성들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전략)...요즈음 각 고을을 살펴보면, 풍년․흉년을 막론하고, 백성은 세금을 포탈하는 자가 없고, 관청에서는 한 홉의 미곡도 거두지 않는 경우가 없다. 가을 겨울 세금을 거두는 철이 되면, 고을의 수령은 원근을 가릴 것 없이 각 마을로 군졸을 자주 내보낸다. 본인에게 세금을 거두다 모자라면, 먼 일가나 친척들까지 찾아가 집을 샅샅이 뒤져서 모조리 받아들인다...(하략)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13년 세법개정안이 ‘중산층 세금 폭탄’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부분의 봉급생활자들이 불만을 표현했다. 대통령이 급기야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에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라며 진화하고 새로운 안을 만들어 다시 발표했으나 뒷맛이 개운치 않다.

국민행복과 복지시혜를 위한 천문학적 예산수요를 맞추기 위해 무리한 조세정책은 가렴주구로 인식될 것이다. 재벌들에 대한 외압 자세도 보기 안 좋다. 국내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수출을 늘여야 한다. 일예로 세계로 뻗어나갈 유망 중소기업들을 지원하여 이들이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창조경제이며 조세 건전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서민들이나 중산층의 지갑을 쥐어짜는 식의 조세아이디어를 가지고서는 결코 국민들의 신임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