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검찰 공화국’이다.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 붙어진 이름이다. 한마디로 ‘센 조직’이다. 드라마에서 검사를 힘과 권력, 성공, 정의의 상징으로 그리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기소 독점권이 검찰의 가장 큰 권력으로 꼽는다. 검찰은 마음만 먹으면 죄와는 무관하게 기소해 잡아가두거나 기소유예로 풀어줄 수 있다. 특히 정치적 사건에 검찰의 권력 남용이 심하다. 법의 잣대보다 정치논리에 휘말려 국민의 지탄을 받을 때가 많다. 그래서 ‘권력의 시녀’란 말을 듣고 한다.

지난 19일 오후 2시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원범)는 퇴직 운전기사에게 1억원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던 새누리당 박덕흠(60·보은·옥천·영동)의원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억원을 건네받은 박씨의 운전기사는)17년간 운전기사로 근무하다가 자유의사로 퇴직한 것으로 보이고, 종전에도 퇴직한 운전기사에게 1억3000만원을 지급한 사례가 있다"며 "운전기사의 노동은 선거운동이 아니다"고 무죄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이 내세운 운전기사에게 건넨 1억원 ‘기부행위’ 주장은 신빙성이 없고 사회상규상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검찰 주장대로 기부행위라면 선거가 끝난 후 차기선거를 대비해 한 표를 매수하기 위해 1억원을 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린 핵심적 이유는 1억원의 성격이 기부행위가 아닌 퇴직위로금으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운전기사가 선거운동에 개입을 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손을 들어 주지 않았다. 

이날 이 판사는 ‘법리’에 밝은 판사답게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해 38쪽 판결문을 40여분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증거불충분’내지 ‘혐의 없음’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이원범 부장판사는 누구인가. 한국의 ‘포청천이란 닉네임이 붙은 판사다. 외부압력에 굴하지 않고 소신껏 판결한다고 해 붙어진 이름이다.

그는 현직대통령 친형 이상득, 재벌총수 최태원회장, 정두언의원을 법정구속시킨 장본인이다. 그래서 정의의 여신 디케의 칼자루를 날린 ‘대쪽’ 판사로 알려졌다. 그는 ‘판결문 개선’ 논문을 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평가한 2012년도 상위법관 10명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는 특히 법리에 밝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래서 재판을 시작할 무렵까지 누구도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 1심 형량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 누구도 낙관을 하지 못했다. ‘공소 기각’정도로 예상을 했다.

박덕흠 의원 측은 이번 무죄판결로 매우 고무된 모습이다. 1년동안 진행된 재판이 거의 마침표을 찍은 것이다. 그동안 박덕흠 의원과 변호인측은 운전기사 박씨에게 건넨 1억원은 17년간 일한 퇴직위로금이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회사 계좌를 통해 2차례에 걸쳐 송금했다. 운전기사에게 준 돈은 선거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4·11 총선 당시 박덕흠 후보 운전기사와 상대후보 이재한 운전기사 간에 오간 녹취록에 의존한 재판이다. 양쪽 운전기사가 선거관련 정보를 주고 받는 과정에 발생한 사건이다. 녹취록은 유력한 증거능력이 있는 경우 이를 보완하는 수단이지 독자적으로 결과를 좌우하는 증거는 아닌 것이다. 이번 재판부는 녹취록을 증거능력으로 보지 않았다.

검찰의 무리한 법적용이 '화근'

이번 판결로 당사자인 박덕흠 의원은 명예가 다소 회복되긴 했다. 아직 검찰의 불복으로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긴 하지만 판결문 내용을 보면 검찰이 무리한 기소가 ‘화근’이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검찰이 유죄 이유로 내세운 핵심인 ‘기부행위’은 잘못된 법적용이 문제가 있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무리한 수사로 실적을 앞세운 무능·무개념 수사의 고질적인 문제가 드러난 점에서 검찰 스스로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 검찰의 무리한 법적용으로 ‘제2의 박덕흠 의원’과 같은 피해가 없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