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과의 대화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미국 유명 언론인 톰 플레이트 전 LA 타임스 논설실장의 대담집.

반 총장에 대한 책은 국내에 이미 15권가량 나왔지만 책 출간을 전제로 인터뷰가 진행된 것은 처음이다. 기존 책 대부분이 반 총장의 어린 시절부터 성공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유엔 사무총장이 된 이후의 이야기를 주로 다뤘다.

플레이트는 반 총장과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두 시간씩 7차례 대담을 진행했다. 각각 부인을 동반한 6차례의 사적 대화도 별도로 이뤄졌다.

반 총장은 2009년 방북 일자까지 확정한 상태에서 북한 측 요청으로 회담이 불발된 사연을 비롯해 2001년 김대중 정권 시절 외교부 차관에서 해임된 심경,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일정을 소화한 일화 등을 생생하게 전한다.

플레이트는 '유엔은 미국 외교정책의 유용한 도구일 뿐'이라는 의혹, 5개 상임이사국 체제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이 대북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질문을 던진다.

책은 플레이트가 '아시아의 거인들'이라는 주제로 집필하는 시리즈 중의 하나다. '리콴유와의 대화'는 지난 3월 국내 출간됐고, 내년에는 '마하티르 모하마드와의 대화'가 번역돼 국내에 소개될 예정이다.

이은진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308쪽. 1만8천원.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삼성경제연구소장을 역임한 정구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초빙교수가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정부 역할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경제민주화를 서두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기업의 지배구조는 형평성과 효과성의 관점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제성장은 근본적으로 민간기업이 주축이 될 수밖에 없으며, 한국경제의 성장전략이나 산업정책을 정부가 '계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이제 가능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재벌의 지배구조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자본시장의 움직임에 의존하는 것인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영세자영업의 문제도 경제정책보다는 사회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경제의 효율성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청림. 316쪽. 1만6천원.

▲별밤의 산책자들 =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송소민 옮김.

서구의 우주연구 역사를 고대부터 현대까지 전체적으로 개관한 책. 아리스토텔레스, 프톨레마이오스 등 고대 학자부터 뉴턴, 허셜, 아인슈타인, 허블 등 근대 이후 최근 과학자까지 24명을 두루 다뤘다.

건조하게 천문학사를 나열하기보다는 인물의 삶을 통해 천문학의 전개와 발전 과정을 살펴본다. 해당 인물이 처했던 당시 천문학계의 지적 상황과 관측 능력 등을 함께 소개해 입체감을 살렸다.

'어떤 천문학적 현상에 대해 그 인물이 대안적인 설명을 했는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신곡'의 작가 단테나 우주 팽창이론을 거부한 프리츠 츠비키 등 다른 천문학 개론서에서 접하기 어려운 이들도 소개한다.

알마. 368쪽. 1만7천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