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재학생들에게 지금까지 낸 기성회비 전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단독 심창섭 판사는 강모씨 등 학생 10명이 국가와 방통대 기성회를 상대로 낸 1800여만원의 기성회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에게 각각 79만2500~396만7000원을 반환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방통대의 올해 기성회 예산은 1790억원 상당으로 국내 국공립대학 가운데 최대 규모다.

심 판사는 “기성회비 납부에 법령상의 근거가 없어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1월 서울대 등 8개 국립대 학생 4219명이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학생들은 납부한 기성회비 가운데 일부인 10만원씩만 청구해 모두 인정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학생들이 기성회비를 직접 납부할 법령상 의무를 진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소송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충북도내 국공립대들은 향후 기성회비 반환 소송이 이어질 경우 심각한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학정보공시센터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도내 국·공립 대학의 등록금 중 기성회비는 80~90% 가까이 차지한다.

도내 국·공립대 2013학년도 기성회비 현황을 살펴보면 충북대 등록금 422만6천800원 중 기성회비는 345만4천200원으로 81.7%에 해당한다.

청주교육대는 등록금 323만원에서 기성회비가 258만원으로 79.9%, 한국교육대 등록금 318만7천300원 중 등록금 전액이 기성회비다.

한국교통대의 경우 등록금 370만1천원 중 기성회비가 351만2천원으로 94.9%를 차지하고 있다.

국공립대 재학생들이 모두 기성회비 청구 소송을 진행할 경우 그 규모는 십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기성회비로만 대학을 운영하는 학교가 있는만큼 대학의 존폐 위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도내 국립대학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모든 국·공립 대학들이 국가가 지원하지 못하는 교육 사업을 기성회비로 운영해 왔다. 기성회비를 환급해야 한다면 대학 재정은 파탄날 수도 있다”며 “기성회비 운영에 대해 정당하게 사용한 자료와 근거가 있고, 상시 감사원과 교육부 등의 감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허투루 사용된 것도 없다”고 밝혔다.

기성회비는 1963년 학교가 학부모 보통 회원과 기부자 특별회원으로 구성된 일종의 후원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시설 확충과 교직원 수당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대학, 고·중학교 기성회 준칙’에 근거를 둔 것으로 법적근거에 대한 논란이 지속됐다. 이에 사립대는 2000년대 초 기성회비를 폐지했지만 국공립대는 여전히 기성회비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