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갑자기 빙하기가 찾아온다면 어떻게 될까. 자연과 도시는 얼음에 뒤덮인 흉물스런 죽음의 공간으로 변하며 모든 생명체는 하나 살아남지 못한다. 인류는 과연 어디로 탈출할 것인가. 지구를 닮은 새별을 찾지 못하고 수백 년이나 걸릴 먼 거리를 순간 이동이 가능한 발명품이 없다면 꼼짝없이 모두 얼어 죽을 것이다. 참으로 끔찍한 상상이지만 지구에 빙하기가 도래 할 수도 있다는 학설을 내놓는 과학자들이 많다.

3년 전 뉴멕시코주에서 열린 미국 천문학회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태양 흑점이 운동을 멈추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17세기 이후 나타나지 않았던 흑점 주기가 휴면 패턴으로 접어들었다는 놀라운 발표를 한 것이다. 이는 지구에 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란 주장으로 2011년 6월 16일자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대서 특필됐다. 2020년부터 휴면 주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은 곧 지구에는 미니 빙하기가 오리라는 전망이다. 이 주장은 영화가 아니라 팩트라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헐리웃은 이런 학설을 토대로 많은 환경재앙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냈다. 2004년에 개봉되어 관객들에게 임팩트를 준 ‘투모로우’는 대표적인 영화. 과학적 이론을 철저히 분석하여 흥미로운 상상력이 총동원됐다. 지구 온난화로 남극의 빙산이 녹아내리고 북반구에는 제2의 빙하기가 도래한다. 세계 최대의 도시인 뉴욕은 해일이 덮쳐 아비규환을 만들며 끝내 얼음으로 뒤덮이게 된다.

2008년에 개봉 된 ‘해프닝’도 환경오염으로 인한 재앙을 그린 영화다. 미국 어느 지역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들이 죽는 사태가 벌어진다. 과학자들은 처음 이유를 몰랐지만 나중에 결정적인 원인을 알게 된다. 바로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로 분노한 식물들의 저주와 보복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만든 ‘설국열차’가 1천만관객 동원몰이를 하면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프랑스의 동명의 원작만화(원제 Le Transperceneige) 판권을 구입하여 제작한 이 영화는 빙하기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SF영화다.

인류는 모두 멸종하고 특수엔진으로 영원히 달릴 수 있게 만든 열차 안에서만이 생존이 가능하다. 폐쇄된 꼬리 칸과 1등 칸에 살고 있는 두 계급의 처절한 사투를 통해 인류의 계급투쟁을 상징화하고 있으며 결국 자타공멸로 귀결을 맺는다. 봉감독은 그래도 열차 안에서 한국인 소녀와 흑인 아이를 생존시켜 인류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게 그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기가 도래한다면 영화처럼 한사람만이라도 희망은 있는 것인가.

지구는 지금 무척 덥고 곳곳에 재앙의 그림자가 커지고 있다. 지난 세기만 해도 기온은 0.7도나 상승했다. 한 자료에 의하면 현재 온실가스의 농도는 지난 40만년 중에 가장 높다고 한다. 온난화의 가장 큰 요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인류가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한 교수가 기후변화와 범죄 발생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자료가 재미있다. 평균 기온이 2도 오를 때마다 범죄는 15%, 전쟁 등 집단 분쟁은 50% 이상 증가한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1천명 이상 숨진 대규모 분쟁 시기의 온도는 평년보다 높았으며 식량 수확량이 감소하고 경제적인 어려움과 시련을 겪었다고 한다.

지난해 9월 미국립해양대기국이 북극 얼음 면적을 측정하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30여년 전 보다 무려 55%나 줄었다는 것이다. 사라진 빙산 면적은 미국 면적의 40%, 한반도의 18배나 된다고 했다. 대기국은 북극 지역은 위도가 낮은 남쪽 지역보다 두 배 빨리 온도가 상승하고 있어 얼음도 빠르게 녹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구촌의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도 계속 늘었고, 탄소배출량의 경우 지난 2011년 최고기록을 갈아치워 이상기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인류의 재앙을 막을 온실가스 감축은 발등에 떨어진 과제다. 과학자들이 전망한 미니빙하기의 시작은 코앞에 닥쳐있다. 영화 속 가상의 ‘설국열차’라도 만들어지지 않으면 인간의 생존을 보장받지 못할 지경에 빠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