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 하나 멈췄다고 전력 대란이라고요. 잘못은 정부가 해놓고 규제는 서민과 기업 등이 받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것 아닙니까.”

정부가 지난 12일 당진화력발전소 3호기 고장 등으로 전력이 부족, 절전을 규제하자 도내 상인의 비난 섞인 목소리다. 그는 절전 운동에는 적극 동참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무런 대비책 없이 절전만 하라는 정부를 원망하고 있다.

이는 최악의 상황이라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기업과 상인 등에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원전 가동 중단으로 잃어버린 전력을 대기업과 국민의 고통분담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것이어서 그 고심에 의문이 들 정도다.

안일한 원전관리로 반년 만에 다시 대형 사고가 터지도록 방치한 게 원인이지만 정작 고통은 기업과 지역 상인 등에게 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불경기에 물건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는 일반 상점은 문을 닫고 에어컨을 가동하다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길까 눈치를 보며 영업을 하고 있다. 절전대책이라지만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끌어들여 매출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문을 닫아놓고 영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산업계는 강제 절전규제 등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절전규제로 가장 높은 의무감축률(15%)을 부과받을 것으로 보이는 도내 대기업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피크시간에 조업을 인위적으로 줄일 경우 원가 상승요인이 발생한다”며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총 전력에서 산업용 전기 비율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시민, 공공기관이 절전 해봐야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학생 김모(25) 씨는 “절전은 해야 하지만 개인 가정과 공공기관 등에서 에어컨 사용을 하지 않는다고 얼마나 절약될지 의문”이라며 “장기적으로 공장 등 산업계의 전기 사용을 점차 줄여가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라 생각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실제 청주시를 비롯한 충북지역 12개 시·군의 관공서는 실내온도 28도 규정을 지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최근 냉방기 가동을 아예 중단한 채 근무를 하고 있다. 심지어 청주시는 평소 점심시간 일제소등을 통해 절전운동을 벌여왔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 낮에 사무실의 불을 켜지 않고 근무를 하고 있다. 청주시 한 관계자는 “살인적인 폭염에 무조건 냉방을 하지 말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주대 A교수는 “2003년 미국과 캐나다 일부를 강타했던 블랙아웃 사건을 정부가 잊어선 안 된다”며 “사후 약방문은 국민을 위로할 수 없다며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