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무더위로 괴로운 여름이 두 여자 때문에 더욱 끈끈했다.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과 애인에게 살해된 군산 이모 여인 이야기다. 세인들이 미드보다 더 드라마틱하다고 감탄하는 차영의 사생활이나 돌이키지 못할 결말로 끝난 군산녀의 애정행각은 막장극보다 훨씬 파격적이다.

한참동안 까발리고 난도질되어 더 이상 헤집을 것도 없는 두 여자를 잠깐 정리해 보자. 차영의 경우, 민주당 대변인이었으며 양천갑 지역위원장을 맡아 국회의원 출마까지 했던 본인의 배경부터가 충분한 가십거리다. 게다가 상대남은 대한민국 최대의 족벌교회인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이다. 남자가 그녀보다 훨씬 연하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2001년 대통령비서실 문화관광비서관을 지낼 당시 청와대 만찬에서 조씨를 만난 차영은 남자의 유혹에 넘어가 2003년 초 남편과 이혼하고 몇 달 뒤 미국으로 건너가 아들을 낳았다고 한다. 서툰 계산으로 얼른 짚어 봐도 남편과 동거 중에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던 셈이다.

유부남 경찰관 정씨의 내연녀로 실종된 뒤 살해된 군산녀 이씨는 이혼녀였다. 여자의 과도한 낙태비용 요구로 다투다 여자의 협박에 화가나 살인을 저질렀다는 남자의 증언이 할 말을 잊게 한다.

여러 가지 정황증거로 보아 여자가 임신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데, 만일 거짓 임신을 빌미로 남자를 괴롭혔다면 더욱 더럽게 꼬일 수밖에 없는 스토리다. 살해된 여자의 가족은 꽃뱀으로까지 몰리는 상황이 억울하다며 흥분하고 있지만 죽은 이씨를 동정하는 목소리는 극히 미미하다.

어머니로 인해 고통 받는 아이들

그런데 전혀 줄긋기가 되지 않는 환경의 두 여자가 신통히도 닮은 구석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원하는 액수는 차이가 크지만 남자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미끼로 아이가 동원된 점이 우선 비슷하다.

먹고 살만한 여자는 더 많은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 친자 확인소송과 위자료 및 양육비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어머니의 영악한 계산이 어린 아들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차영은 아들을 낳은 후 곧 애인과 사이가 멀어져 전 남편과 재결합했다고 밝혔다. 십여 년 동안 잠잠하다 갑자기 자신의 치부를 공개하며 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 정 떨어진다. 아들이 누릴 권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철없는 아들이 입을 치명적인 상처는 안중에도 없는 냉정한 어머니다.

고인이 된 군산녀의 상태에 대해서는 말을 줄이겠다. 한편으론 얼마나 생활이 팍팍했으면 낙태비용을 흥정했겠나하는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두 여자는 모두 두 자녀를 두고 있었다. 두 번째 닮은 점이다. 차영의 큰 딸은 어머니에 대한 실망으로 자살을 했다는데, 어머니는 속죄대신 그 딸의 죽음을 거짓 미화해서 자신의 선거에 이용했다. 군산녀의 두 아이도 충격 속에 있다. 이미 머리가 굵은 아이들은 아버지 곁에서 입을 닫은 채 엄마에 대한 기사와 욕설이 대부분인 댓글들을 읽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가슴에 아물기 힘든 생채기를 남긴 엄마는 이제 변명도 할 수 없게 됐다.

윤회를 믿는 이들은 전생의 원수가 부모 자식 간이 된다고 했다. 피로써 묶인 관계가 되어 더욱 아프게 앙갚음 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전생에 지나친 은혜를 입은 자가 현세에 자식으로 태어나는 것이기에 받았던 은혜를 백배로 돌려주는 것이라는 설도 들었다. 두 여인이 어느 쪽에 속한 어머니일지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몸과 마음이 가는대로 자유롭게 살았던 두 여인 측은 자신들이 순수한 피해자임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은 죄 없는 아이들임을 왜 헤아리지 못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