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군수가 지난달 1일 정당공천제 폐지를 이유로 민주당을 탈당하자 이를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 1월 김동성 단양군수가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새누리당을 탈당한지 6개월만이다. 김 군수는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를 전제로 했기 때문에 진정성을 얻었다. 하지만 재선을 노리는 정 군수는 진정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탈당 명분은 ‘정당공천제 폐지’이지만 이면에는 ‘이용희 전 의원과의 불협화음’이 자리하고 있다. 정당공천제폐지는 지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선뜻 받아 들이지 않는 눈치다. 이처럼 정당공천제가 유지될 경우 ‘민주당공천’ 자체도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나머지 ‘무소속’이란 카드를 내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그는 무소속으로 군수에 출마할 경우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2010년 4월28일 보은군수 예비후보 기자회견에서 “무소속 출마를 검토했으나 현행 선거법상 여러 가지 제약으로 제대로 된 선거를 할 수 없어 자유선진당에 입당했다”고 했다.

그는 남부3군의 맹주 이용희 전 의원의 후광으로 군수에 당선된 것이다. 하지만 이용희 전의원에게 미운털이 박힌 지 오래다. 지난 4월 총선에서도 이용희 전 의원의 아들 이재한씨가 민주당으로 출마했을 때 돕지 않았다. 단체장이 당원을 떠나 공명선거를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도움을 줄 수 없다며 일본으로 출장을 갔다. 나아가 이재한씨가 선거 패배 후에도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이용희 전 의원은 “집안에서 서로 오해의 상황이 있다면 해원 차원에서 앞뒤 사정을 설명한 후 거취를 표명했어야 했다”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그는 한나라당-자유선진당-민주당 등 당적을 3번 바꾼후 무소속으로 남게됐다. 이유야 어떻든 ‘철새청치인’이라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사실 정 군수는 민주당보다는 새누리당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진보보다 보수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는 공직출신에다 10여년간 한나라 당원으로 도의원까지 지냈다. 실제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그는 충북대를 나와 농촌지도소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올해 72세다. 흠이라면 나이가 많은 것이다.  매사에 창의적이고 열정적이다. 달변에다 군민들과 소통도 잘한다. 1998년 시인으로, 지난해에는 수필가로 문단에 등단했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 그리고 실천’이 그의 일상이다. 공과 사를 구분하고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 청렴을 공직자 최대 덕목으로 삼고 있다. 

그의 별명은 ‘철인군수’다. 군수 취임 후 3년이 되도록 주말 공휴일을 쉬지 않고 일해 붙여진 이름이다. ‘워커홀릭’ 군수다. 그는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보은을 스포츠 명품도시로 만들었다. 국제대회, 전국단위 대회 전지훈련 선수단, 선수임원 가족 등이 연간 10여만명이 보은을 찾고 있다. 스포츠 통한 경제효과는 80억원에 이른다.

기회주의적 처신 비난…탈당명분 의심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선을 향해 뛰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탈당은 정치적 도박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정 군수의 선택이 지역 주민들에게 얼마나 진정성있게 받아들여 질지 의문이다. 기회주의적 처신이란 비난이 있을 수도 있다. 그가 내년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할지 정치적 고향인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할지 관심사다. 그의 성향이나 전력으로 보아 새누리당에 입당해 재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엔 신의도, 의리도 없다는 게 실감이 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탈당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