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신채호 선생은 삼국사기를 찬술한 김부식을 매판사학자로 치부했다. 삼국사기를 신라사 중심으로 편찬 한 것이거나 백제 말 의자왕을 주색잡기의 심벌로 폄하했다든지 당나라와의 대첩인 경기도 연천 매초성 전투를 몇 줄만 기술한 것 등은 왜곡 축소로 평가되고 있다. 삼국사기의 기초 사료가 되는 ‘구삼국사(舊三國史)’, ‘고구려유기(高句麗留記)’는 어디에 있으며 왜 이를 멸실시켜 하나도 남아있지 않게 한 것일까.

조선 초 고려사를 찬술하는 과정에서 말기 역사가 위사(僞史·거짓)로 꾸며졌다는 것은 이미 널리 이해되는 부문이다. 이태조의 역성혁명을 정당화하기 위해 찬술을 책임진 사관들이 역사를 왜곡시켰다. 공민왕은 희대의 변태성욕자로 그리고 그 아들 우왕과 창왕은 요승이라고 일컬어지는 신돈의 아들과 손자로 기술 된다.

그리고 역사 왜곡 기술과 함께 비일비재 했던 것이 공문서 위조행위. 한 자료를 보면 공문서 위조 사실이 발각되어 나라가 시끄러웠던 때는 예종 1년 5월, 중종 21년 12월 6일, 정조 15년 6월 9일 이었다고 한다. 공문서를 위조한 당사자들은 모두 참형을 당했다.

인조 때 노비출신이 신분을 위조, 과거에 급제한 사례까지 있었다. 남완이라는 자가 과거에 급제하였는데 알고 보니 첨정(종4품) 벼슬을 지낸 양반의 노비였다. 그가 도망을 나와 개명하고 문서를 위조, 과거에 급제 한 것이었다. 실록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전 첨정(僉正) 한여징(韓汝徵)의 아내 강(姜)씨가 본부에 알렸는데, 그의 반노(叛奴)인 남숙(南琡)이 ‘완(琬)’이라고 이름을 고쳐 뻔뻔스레 과거에 급제하였다고 했습니다. 신(臣)들이 해조의 문서를 가져다 조사해 보니, 그가 문서를 위조하여 천민의 신분을 벗어나 몰래 과거에 급제한 사실이 의심할 나위 없이 분명하였습니다. 그러니 해조로 하여금 법에 따라 삭과(削科)하도록 하소서...”

조선시대 공문서의 위조의 특징을 연구한 한 전문가의 논문을 보면 위조대상은 국왕문서와 중앙관부문서, 지방관부문서 기타문서 등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보면 목숨까지 내놓고 했던 공문서 위조가 국왕문서에서 부터 사문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조선후기에 들어서는 일부 탐관오리들에 의해 공명첩(空名帖) 위조가 많았다. 매관매직을 그린 박지원의 ‘양반전’이 얘기 해 주듯 평민들의 양반 욕구가 많음을 이용하여 관리들이 재물을 받고 공명첩을 위조했던 것이다. 조선 후기에는 공명첩을 필사하는 사람과 이를 알선하는 브로커 까지 활개를 치는 풍속도를 보였다고 한다.

필자는 지난 70년대 말 민간 소장의 많은 조선후기 교지(敎旨)를 조사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지질과 글씨 도장 등이 조악한 것이 많았다. 이들 문서들은 당시 위조된 것이 아닌 가 생각되었는데 한 토호의 집안에서는 이런 교지들이 수백 장이나 두루마리로 발견되기도 했다.

그리고 괴산의 어느 한 조선양반가를 조사 한 적이 있었는데 소장품 가운데 중국 송나라 황제 휘종의 글씨라고 쓰여 진 유묵첩을 발견했다. 나중 감정결과 이는 위조품으로 당시 이를 소장한 선비는 진품으로 알고 비싼 값을 주고 구매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가짜 황제의 유묵은 낙관까지 위조하여 찍은 것이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NLL대화를 담은 기록원 보관의 사초가 없어져 여야가 그 책임공방으로 연일 시끄러운데 광주시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공문서위조 사건이 밝혀져 국민들이 혀를 차고 있다. 아무리 지역이익이 걸린 대회라고 하지만 총리 공문까지 위조해서야 국가의 기강이 서겠는가. 국제기구들이 앞으로 한국에서 제출하는 문서를 얼마만큼 인정할지 두려워진다. 다시는 사초훼손과 관청의 공문서 위조가 없도록 책임소재를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는 처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