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서는 처음으로 1970년대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실형을 받은 80대가 3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누명을 비로소 벗은 것이다.

청주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26일 박정희 정권 당시 유신헌법을 반대하는 글을 배포한 혐의(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로 2년6개월을 복역한 이관복씨(80·충북 음성군·사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의 위헌·무효 결정으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며 "그동안 겪은 심적 고초에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지난 3~4월 "긴급조치 9호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침해한 것으로 유신헌법은 물론 현행 헌법에도 위반돼 무효"라고 선언했다.

이같은 결정이 나오자 이씨는 5월 14일 재심을 청구했고, 청주지법은 6월4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옛 청주상고(현 대성고)를 나와 평범한 국어 교사로 생활하던 이씨는 5·16쿠데타 이후 당시 정권의 지침으로 정든 교정을 떠났다. 숭실대학교 사학과(64학번)로 편입해 학창시절을 보내던 그는 한일회담과 월남파병 등 사회운동에 몸을 담으면서 학업을 중단했다.

고향으로 내려간 이씨는 야학으로 시작한 '대명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유신 반대 활동을 했다. 그러던 중 폐교로 다시 교단을 떠나게 된 이씨는 인권운동가 함석헌 선생을 만나 본격적인 사회운동에 나섰다.

그는 1977년 서울 양산의 기독교 회관에서 유신헌법 철폐 관련 발기문을 다른 사람에게 유포하다가 발각돼 긴급조치 9호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975년 5월 선포된 긴급조치 9호는 집회·시위 등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씨는 법원에서 2년 6월을 선고받고 복역, 1980년 1월 7일 만기 출소했다.

이씨는 2005년 숭실대학교에 복학해 3년 만에 명예로운 졸업장을 받기도 했다. 이씨는 그 후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과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박정희기념관건립반대국민연대,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민족자주통일서울회의, 용산미군기지반환운동본부, 민족문제연구소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현재 2012년 자신이 창립한 '투표율 100% 유권자 운동본부'의 본부장을 맡아 대학생들을 상대로 투표 독려 등 여전히 열정적으로 사회 운동을 하고 있다. 

이씨는 선고 후 "지금이라도 무죄를 받아 다행”이라며 “죽을 때까지 사회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