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실현여부가 내년 6·4 지방선거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새누리당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로 가닥을 잡은 상황에서 민주당도 지난 25일 폐지를 당론으로 정함에 따라 ‘공천제 폐지’는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국회가 관련법을 개정해 내년 선거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만 남은 셈이다.

다만 여야 협상이나 법 개정이 늦어질 경우 내년 선거부터 적용하기 어렵다는 변수도 남아 있다.

충북도내 시장 군수들은 공천제 폐지에 대한 민주당의 당론 확정에 대해 일제히 환영하면서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률을 개정, 내년 선거 때 공천 배제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촉구한 것도 이런 배경 탓이다.

충북 시장·군수협의회장인 한범덕(민주) 청주시장은 “최근 제천에서 열린 회의에서 모든 시장·군수가 (민주당의 공천제 폐지 당론 확정을) 대환영했다”고 전했다.

최명현(새누리) 제천시장도 “지난달 충북 시장·군수 회의 때 정당 공천제 폐지에 뜻을 모으고 모두 서명까지 했다”며 “정당 공천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 정치에 예속되는 것을 막고, '생활정치'를 구현해야 할 지방의회가 여·야로 갈리어 정쟁을 일삼는 폐단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대의 명분이다.

그러나 현역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이 ‘조속한 공천제 폐지’를 촉구하는데는 현직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해 재선에 성공하겠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될 경우 후보군은 난립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인지도’가 당선 여부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당 관계자는 “공천제가 폐지되면 정당이라는 거름막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그 만큼 후보군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당공천이 없는 것은 전부 무소속인 셈이며, 여기에 후보 난립으로 다자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 표는 그만큼 분산된다”며 “인지도에서 월등히 앞서고, 조직도 있는 현직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역에 도전해야 하는 출마 예정자들도 공천권을 놓고 당 내에서 벌여야 하는 '예선전' 없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천제 폐지에 대한 기대가 높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인사는 “현직과 당 내부에서부터 불리한 싸움을 하다보면 선거에 이름도 못내밀고 끝나는 경우가 있었다”며 “공천제가 폐지되면 최소한 당내 경선에 시달리거나 억울하게 출마를 접어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