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사회서비스지원센터’(이하 센터)가 ‘행복한 손주돌봄 가이드북’을 제작, 도내 지역 보건소·산부인과·소아과·사회복지시설 등 156곳에 배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충북도의 2013년 사회단체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취업여성 지원을 위한 손주키우기 좋은 충북만들기’ 사업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이 가이드북은 ‘손주돌봄 십계명’에 그 내용이 압축되어 있다. 충북도의 보조금으로 제작됐으니 ‘충북도의 가이드북’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하다.

가정 현장에서 손주를 키우고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이 손주돌봄 십계명을 읽어본 감회는 공감 속의 미흡한 소회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자식들의 맞벌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현실(64.5%)에서 조부모들의 손자녀 돌보기 중요성을 센터측이 인식하고 있는 점은 평가할만하다 하겠으나 구체적인 현상 인식과 조부모들의 체험적 의견 등이 적게 반영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센터측은 노인자활센터 실무자, 아동상담소장, 아이돌봄업체 대표 등을 가이드북 발간에 참여시켜 완성도를 높였다고 밝혔지만 손주를 직접 돌보고 있는 조부모들의 견지에서는 공허한 점이 많다는 얘기다.

그러면 먼저 손주돌봄 각 십계명을 보자. 제일계명은 ‘우리 가족은 아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돌보겠습니다.’이다. 아이의 안전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그 표현에 있어 ‘소황제(공주) 제일주의’만 부각시킨 인상이고, 아이를 돌보는 조부모의 안전이 묵살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노인들의 지적이 없지 않다. 그래서 그 표현은 ‘우리 가족은 아이의 안전에 모든 정성을 다 하겠다’는 것으로 수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둘째 계명은 ‘우리가족은 조부모-부모의 상황을 수용하고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겠습니다’이다. 가족들이 역지사지 하겠다는 뜻을 읽을 수 있겠으나 핵가족 현실에서 조부모와 부모를 제외한 가족의 이해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모호해 너무 막연하고 실감나지 않는 표현을 하고 있다 하겠다. 따라서 이 계명은 조부모와 부모 간의 관계로 압축, 수정돼야 한다.

셋째 계명은 ‘우리가족은 조부모가 건강하지 않으면 내 아이를 돌볼 수 없음을 기억하겠습니다’인데, ‘기억하겠습니다’는 ‘명심하겠습니다’로 고쳐져야 한다. 넷째 계명 ‘우리가족은 조부모의 아이돌봄 출퇴근 시간을 정해서 지키겠습니다’와 다섯째 계명 ‘우리가족은 조부모의 개인생활을 최대한 지원하겠습니다’는 선언적 계명이라 해도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는 의문이다. 조부모들의 헌신은 거의 무제한적 돌봄을 실천하면서 개인생활을 제약받고 있는 현실이다.

손주 안전 못지않게 조부모 노고 명심해야

여섯째 계명 ‘우리가족은 손주를 키워주시는 조부모의 희생에 감사하겠습니다’와 일곱째 계명 ‘우리가족은 조부모의 헌신과 희생에 대해 마음과 물질로 감사를 표현하겠습니다’는 마땅한 내용이다. 조부에 대한 감사의 표현은 마음과 함께 물질적 보답이 수반되는 것이 옳은데, 이를 받은 조부모는 손주돌봄에 거의 다 쓰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여덟째 계명 ‘우리가족은 솔직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와 아홉째 계명 ‘우리가족은 손주돌봄에 대한 가족회의를 하겠습니다’는 규정은 소통에 의한 손주돌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형식적인 대화나 가족회의 보다는 ‘자식과 손주에 대한 조부모의 무한의 사랑’이 그 핵심임을 자식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

열 번째 계명 ‘우리가족은 아이로 인해 더욱 행복해질 것입니다’는 추구하는 이상이어서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정 현장에서는 손주양육 문제로 가족 간에 불화가 발생하고, 노부모 그 중에서도 특히 친정할머니는 손주 키우느라 사생활이 없어지고 육신에 병고를 겪는 일이 다반사여서 아이의 안전 못지않게 조부모의 안전노후생활이 보장돼야 한다. 자식들은 제 자식 아끼기만 생각하지 말고 노부모의 노후생활에 특단의 배려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