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가 도로·하천 건설과정에서 부적정한 설계 등으로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2∼3월 충청권 3개 시·도를 대상으로 도로와 하천 등 주요 건설사업을 점검한 결과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23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는 교통난 해소를 위해 2008년부터 총 사업비 4795억원을 들여 무심천 동·서로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이 청주시의 장래 인구 추정치와 국가교통DB 등을 토대로 계산한 이 사업의 '편익-비용 비율(B/C)'은 0.5에 불과했다. 통상 B/C가 1이 넘어야 경제성 있는 사업으로 분류된다.

감사 결과 이 도로는 827억원으로 일부 구간만 확장·신설하면 미래의 교통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데 전 구간에 걸쳐 개선공사를 추진하는 바람에 3968억원을 낭비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주시가 무리한 사업계획을 세운 것은 2008년 1월 남상우 전 시장으로부터 자신의 공약인 도로 개선사업을 빨리 추진하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감사원은 전했다. 감사원은 또 대전광역시와 청주시가 도로 확장공사 과정에서 부당한 설계 변경으로 시공업체에 금전적 혜택을 준 사실을 적발하고 해당 공무원들의 징계를 요구했다.

충북도는 2011년 5월 '미호천 수해상습지 개선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식생매트만 설치해도 견딜 수 있는 구조를 비싼 돌망태를 설치한 후 그 위에 식생매트를 다시 설치하는 등의 공법으로 중복·과다 설계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공법으로 공사비 54억여원이 더 들어갈 수 있다며 설계변경을 통해 이 공사비를 감액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문의~대전간 도로 확·포장 공사도 지적됐다. 낙석 우려가 없는 곳에 낙석 방지망을 설계하고 급하지 않은 경사지에 점검계단 설치, 기준보다 높은 방음벽 설계 등 부적정한 설계로 16억여원을 낭비할 수 있었다고 시정을 요구했다. 특히 이 공사에서 중소기업제품 직접구매 대상품목을 관급자재로 설계에 반영하지 않고 공사 도급업체에서 구매하도록 계약해 6억여원을 낭비했다.

'미호천 태생제 수해상습지 개선사업'에서도 하상 준설토를 제방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지를 검토하지 않고 5㎞ 떨어진 곳에 버리고 다시 흙 쌓기 재료를 별도의 비용을 들여 운반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송 화장품·뷰티박람회도 51억원을 들여 행사장에 전시장과 주차장, 상하수도관 등을 설치했지만 내년 열릴 바오엑스포행사장으로 다시 활용할 계획없이 2억 2000만원을 들여 이를 철거하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