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일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주택 취득세율의 영구 인하 방침을 밝히자 충북을 비롯한 전국 광역자치단체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안전행정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부동산 시장에서 논란이 돼 온 취득세율을 인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다만 과표 구간별 취득세 인하폭과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재정 확충 방안 등 세부 내용은 오는 8월 중 발표하기로 했다.

정부는 9억원 이하에 2%, 9억원 초과에 4%인 현행 취득세 구간을 유지하면서 세율을 낮추거나, 구간을 추가로 나눠 다른 인하율을 적용하는 방안, 1주택자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8월 말까지 관계부처 및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 후 정기국회에서 입법화할 계획이다.

전국 각 시·도는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취득세율 인하는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고 열악한 지방재정을 더욱 악화시켜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전국 시·도지사 협의회는 23일 오후 3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이같은 논의를 즉시 중단할 것을 공식 요구할 계획이다.

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 후 국무총리를 면담하고 이 같은 주장을 전달할 예정이며, 정부가 이같은 계획을 계속 추진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각 시·도가 반발하고 있는 것은 시·도세에서 취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다 정부의 세수보전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입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충북도의 경우 지난해 기준 도세징수액 7284억원 중 취득세 징수액이 3973억원으로 전체 징수액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주택 취득세는 전체 도세의 15%(1093%)에 달해 현행 4%의 취득세율이 2%로 낮아지면 연간 547억원의 세입 감소가 불가피하다.

충남도의 경우 올해 취득세 예산액은 5830억원으로 전체 지방세 예산액 1조900억원의 53.4%를 차지하는 주요세원이다. 전체 취득세의 28.3%를 차지하는 주택 관련 취득세는 1650억원으로 취득세율을 1%만 낮춰도 412억원 정도의 세입이 줄게 된다.

세종시도 상반기 기준 1082억원 징수액 가운데 취득세가 559억원으로 52%에 달하는 등 전국 평균 25.6%에 보다 두 배가 많다

충북도 관계자는 “정부가 지자체와의 협의도 없이 취득세 인하에 대해 언급한 것은 문제”라며 “취득세 인하로 인한 부동산 경기 완하의 실효도 의구심이 가지만, 이로 인한 지자체 재정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득세율 인하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부의 관측에도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세율 인하 직후에는 주택 매매가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지만 한 두 달 이내에 거래가 뚝 끊기는 `거래 절벽`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주 재원인 지방세제를 임의로 개편하는 것은 지방재정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행위로 지방자치·지방분권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